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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너무 싸게 나오면 '절대' 사지 마세요"

아이폰, 갤럭시 등의 부품을 빼내고 싸구려 부품으로 바꾼 뒤 매장에 되파는 수법으로 3천여만 원을 챙긴 일당이 체포됐다.

연합뉴스

 

나는 애플 아이폰6s. 스마트폰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비싼 몸이다. 마니아 팬층이 두터워서 일까. 내 얼굴을 따라한 '짝퉁'이 판을 친다. 

 

나를 사칭한 친구들은 대개 중국 출신이다. 

 

내 등덜미에 빛나는 사과 모양 로고를 뜬금없이 배 모양으로 바꾼다든가 팔다리나 다름없는 액정, 배터리, 스피커를 싸구려로 만든다든가 하는 사기 사건은 대부분 중국에서 벌어졌다. 

 

지난 연말연시 관세청이 국내로 유입된 나와 내 친구 삼성 갤럭시S의 위조품을 단속해 38건을 적발했을 때 32건(84%)은 중국에서, 나머지 6건(16%)은 홍콩에서 수입된 것이더라. 

 

그런데 간혹 겉모습은 나 그대로면서 속내는 전혀 내가 아닌 희한한 짝퉁도 있다. 오늘은 그 얘길 하려고 한다. 

 

작년 11월, 내가 한국 시장에 출시된지 불과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중국인 강모(26)씨가 나를 덥썩 어디론가 데려갔다. 주인이 누구든 성의껏 봉사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주인은 전화를 걸지도, 게임을 하지도 않다가 갑자기 내 온 몸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내 부품을 모두 끄집어내고 근본도 없는 부품을 끼워넣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내 영혼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빼앗긴 후에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나는 아이폰이다. 나는 아이폰이 아니다" 되뇌이다 먹통이 되고 말았다. 

 

강씨는 원래 내 몸 속에 있던 부품을 다른 곳에 팔아넘기고, 껍데기만 나인 짝퉁을 상점에서 교환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는 나를 깨끗이 포장해 며칠 전 내가 머무르던 애플 매장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돈을 더 낼테니 16GB인 나 대신에 64GB인 큰 우리 오빠로 바꿔달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애플 매장에선 영수증만 소지하면 아이폰을 구입한지 7∼10일 내에 반품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강씨는 그 점을 노려 나를 한 단계 성능이 좋은 정상 제품으로 바꾸려 했다.

 

연합뉴스

 

맙소사. "그래도 애플 공식 매장에선 내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겠지"하는 기대가 무색해졌다. 서울 여의도, 홍대, 강남, 건대 매장 점원들이 나를 포함한 속빈 아이폰 수십대에 모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강씨는 그런 식으로 17차례에 걸쳐서 2천7만원 상당의 아이폰6s 27대에 굴욕을 줬다. 한 달 가까이 짝퉁 아이폰을 만들어 사기를 치던 그는 끝내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김선영 판사님은 강씨에게 "범행 방법이 매우 불량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 가담 정도가 무겁고 직접 피해를 변제하지도 못했다"며 나 대신 한풀이를 해줬다. 

 

재판을 받는 동안 여섯번이나 반성문을 내면서 선처를 호소한 강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강씨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싶지만, 짝퉁 아이폰 피해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다. 작지만 매운 고추같은 내 동생 아이폰SE도 벌써 짝퉁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누군가 아이폰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다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달라는 게 내 부탁이다. 그거 사실은 내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 이 기사는 가짜 아이폰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법 판결 등을 일인칭 이야기 전개 형식으로 소개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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