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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2세로 별세한 농심 신춘호 회장이 라면 이름을 '너구리'로 지은 까닭

신춘호 농심 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한 가운데, 대한민국 라면 역사를 썼던 그의 과거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신춘호 농심 회장 / 사진 = 농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농심의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27일 오전 3시 38분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신 회장은 대한민국의 '라면왕'으로 불린다. 그가 개발해낸 라면은 하나같이 히트 상품으로 산업화 시기 국민들의 허기를 달랬다. 


1958년 대학교를 졸업한 신 회장은 1965년 농심을 창업해 "값도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라면을 선보였다. 


이렇게 탄생한 라면들이 '너구리·안성탕면·짜파게티·신라면·사리곰탕면·새우탕' 등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YouTube 'nongshimPR', (우) gettyimagesBank


특히 1982년 출시된 너구리는 라면 스프의 획기적인 품질 향상 후 탄생한 '고급라면'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당시 100원이었던 다른 라면보다 2배 비싼 200원으로 출시됐다. 


닭이나 소고기를 베이스로 한 갈색 라면이 주류였던 당시 너구리는 빨간 국물을 내세우면서 최초로 건더기 스프를 포함한 라면이기도 했다. 


'너구리'의 작명과 관련한 비화도 전해진다. 


'너구리'가 출시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너구리일까?'라는 궁금증이 커졌다. '너구리를 넣었다', '너구리 꼬리처럼 통통한 면발이라는 뜻', '담당자가 너구리 마니아' 등 황당한 설이 나오기도 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농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너구리'는 신 회장이 실무진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결과로 태어난 이름이라고 한다. 


라면 '너구리'는 일본 사누끼 지방에서 즐겨 먹는 쫄깃한 면발의 우동을 제품화한 것이다. 신 회장은 라면의 이름을 짓기에 앞서 사누끼란 지역명을 두고 의견을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타누끼(たぬき)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타누끼란 일본어로 너구리를 뜻한다. 신 회장과 실무진들은 이 타누끼에 착안해 라면의 이름을 '너구리'로 지었다는 후문이다. 


신 회장의 재치 있는 네이밍 센스로 출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너구리'는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통째로 넣어 깊은 맛과 감칠맛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너구리 이외에도 많은 라면이 신 회장의 의견이 반영돼 탄생했다. 


매울 신(辛)을 넣어 탄생한 '신라면', 짜장면에 스파게티를 조합해 만들어낸 '짜파게티',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한 '안성탕면'도 모두 신 회장의 천재성이 반영돼 탄생했다. 


신 회장은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참 어렵게 꾸려왔다. 밀가루 반죽과 씨름하고 한여름 가마솥 옆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내 손으로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으니 농심의 라면과 스낵은 다 내 자식 같다"며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가 고파 고통받던 시절, 국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농심의 제품들은 이제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