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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된 사이 '미국 정부' 등에 업고 삼성전자에 '선전포고'한 인텔

미국 정부의 협력을 등에 업은 인텔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총수 부재에 직면한 삼성전자에게 선전포고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뉴스1] 주성호 기자 =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등 기존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자국의 유력 IT업체 협력을 등에 업은 인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TSMC 사이에서 기술 경쟁을 벌이게 될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총수 부재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여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24일 미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2개의 팹을 건설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파운드리 고객을 위한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 / Intel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지난해말 기준 세계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인텔의 2020년 매출액은 약 702억달러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는 없겠으나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보여온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분명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수십년간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독식하며 시스템반도체 분야 선두에 오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프로세서 시장에선 기존 경쟁자인 AMD 외에 최근엔 애플까지도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며 인텔 중심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쏟아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욱이 최근들어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인텔은 "외부 파운드리도 활용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향상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기존 파운드리 업계를 장악해온 대만의 TSMC와 이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도 이날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대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아시아 칩 공장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TSMC나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특히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실상 '아메리카 연합'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잇따라 발표를 맡아 인텔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 관계였던 IBM마저도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인텔은 "IBM과의 협업은 생태계 전반에서 반도체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며 미 정부의 핵심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만큼 인텔을 비롯해 수많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 기업 중심으로 기울어가는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달초 미국 의회 공식 자문기구인 국가인공지능안보위원회(NSCAI)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오랫동안 미국이 우위를 지켜왔던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NSCAI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언급하며 "인텔이 칩 설계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첨단 칩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만(TSMC)과 한국(삼성전자)의 경쟁사보다 뒤처질 수 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 발표에 삼성전자 측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면서도 경영진도 유심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56%)에 30%p(포인트) 이상 뒤처진 2위(18%)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 양산 등으로 미세공정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종합반도체기업(IDM)'이란 한계에 부딪혀 규모를 크게 확장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도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선두업체(TSMC)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나 규모의 경제, 캐파나 고객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선단공정 경쟁력에서는 삼성전자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년간 업계 선두를 지켜온 TSMC와 사실상 '연합군'을 꾸려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인텔과의 새로운 경쟁관계 속에서 삼성전자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 등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원활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뒤 사실상 비상경영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변호인 접견과 면회도 제한돼 이른바 '옥중경영'도 제한적인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충수가 터지며 심각한 복통을 호소, 급히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인텔의 발표를 살펴본 삼성전자도 더 늦어지지 않게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내놓아야 할텐데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