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던 '집회의 자유' 완전히 말살시킨 '재인산성'

인사이트10월 3일 경찰차벽으로 둘러싸인 광화문 광장 / 뉴시스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광화문 집회를 막기 위해 설치된 '차벽'의 위헌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에워싼 차벽은 9일 한글날에도 어김없이 재등장했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 기준을 지키는 수준에서 집회를 허용할 수는 없었는지, 또 '광화문 집회'만을 유독 강하게 금지하는 것은 아닌지 형평성과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이트3일 광화문 광장 / 뉴시스

인사이트9일 광화문 광장 / 뉴스1


앞서 개천절 집회에서 광화문 일대를 에워싼 차벽에 대해 야당은 '재인산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바리케이드를 쳤던 것을 두고 '명박산성'이라 비판했던 것에 빗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코로나 방역이라는 지금의 명분은 없었다. 시민의 안전, 질서 유지 등의 명분이 있었지만 바리케이드가 헌법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집회의 자유'를 완전히 막았다며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연장선상에서 2011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설치된 '차벽'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코로나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차벽'이 재등장했고, 국감장에서 차벽의 위헌성에 대한 비판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차벽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인사이트8일 국감장에서 질의 응답중인 김창룡 경찰청장 / 뉴스1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집회의 자유를 완전히 차단하는 형태의 '차벽'이 재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에서도 나왔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광화문 광장 차벽 설치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적 집회 및 일반 시민들의 통행 모두를 전면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 일침했다.


코로나 방역 때문이라면 방역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집회를 일정 수준 허용할 수도 있는데 차벽으로 전면 금지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역시 "코로나 감염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집회 원천봉쇄 방침이 정당화돼선 안 된다. 국가 공권력이 약자들의 권리를 쉽게 묵살하는 권위주의 시절의 관행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심상정 전 정의당대표 / 뉴스1


일각에서는 다른 집회나 모임과 달리 현 정부를 비판하는 광화문 집회만을 유독 강하게 금지하는 것은 정부 비판 여론은 무시하고 억압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사나 학교, 대중교통만 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밀접해 있고, 식당과 카페, 주점에서는 마스크도 없이 집단감염의 위험을 초래하는데도 무조건적인 영업금지 등의 조처를 하지 않는다.


광화문 집회만을 차단하는 것이 과연 방역의 실효성이 있는지,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인사이트한글날 제주국제공항 / 뉴스1


정부가 특정 광화문 집회만을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차벽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사람들이 밀접하게 모이는 대중교통이나 영업장에서 시행 중인 마스크 강제와 QR코드 입장, 명부작성 등의 방법이 있다. 


여기에 최소한의 간격 유지, 드라이브스루, 시간차를 둔 릴레이 시위 등 코로나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러한 고민이나 노력 없이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며 광화문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 가치를 손쉬운 방법으로 훼손시켜버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위헌성 있는 '차벽'을 재등장시키면서 오로지 코로나 핑계만 대는 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부의 선택지로 한참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다.


'광화문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부가 차벽으로 광화문을 막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집회의 자유' 가치를 부르짖던 과거 민주화 세력의 사뭇 달라진 태도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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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2017년 3월 광화문 광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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