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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격에 사망한 공무원 유가족 "정부가 과실 덮으려 동생을 월북한 파렴치범 몰았다"

해수부 어업지도원 공무원의 친형이 국방부의 사건 은폐, 조작을 주장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박아론 기자, 정진욱 기자 = "가족은 전혀 동생의 (채무, 이혼 등)개인사정을 밝힌 바 없습니다. 국방부가 국내 해역에서 20~30시간가량 머물렀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북한 해역에 있었던 총살부터 소각까지 2~4시간가량을 마치 생중계하듯 밝히더니, 갑작스럽게 동생의 치부가 밝혀졌습니다. 국방부가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 동생에 대한 사망 경위를 '자진월북'으로 짜맞추기 위해 동생의 치부를 밝혔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총격으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해수부 어업지도원 공무원 A씨(47)의 친형 이래진씨(55)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뉴스1과 이씨의 인터뷰는 2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동생인 이씨의 사망 경위에 대해 '자진월북'이라고 밝힌 국방부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방부가 동생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 은폐와 조작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국방부가 마치 '짜맞추기'를 한 것처럼 북한 해역에서 벌어진 일을 발표한 데 이어 가족이 밝힌 적 없는 동생의 개인 사정까지 언론에 공개됐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자진월북 시나리오에 동생은 피해자라는 취지다.


또 신변 비관에 따른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일축한 데 이어 국방부의 발표대로 북한 피격의 사망자가 동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인사이트문재인 대통령 / 뉴스1


인사이트실종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제공 / 뉴스1


◇"우리 해역 30여시간 미궁, 북한 해역에서의 4시간만 생중계하듯 공개"


이씨는 국방부가 실책을 감추기 위해 동생이 우리 해역에서 표류했던 30여시간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의 동생에 대한 실종시간이 접수된 시각은 21일 낮 12시51분쯤이다. 해경, 해군, 해수부 등이 수색작업에 나선 시각은 오후 1시50분이다. 이씨는 서해어업관리단으로부터 동생 실종 소식을 접한 뒤 22일 오전 8시 쾌속정을 타고 해역에 들어갔다. 이후 당일 오전 10시 승선해 동생 실종 경위를 전해 들었다.


이씨는 "오전 11시35분에 동료가 야간당직을 마치고 쉬고 있는 동생에게 밥먹으라고 깨우러 갔더니 침실에 없었다고 했다. 휴대폰도 꺼져 있어 선내 수색을 했는데, 선미 우측 난간 쪽에 슬리퍼가 있어 곧바로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가 확인한 선내 동생의 침실에는 소지품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팀장급인 이씨의 동생은 사고 배에 탑승한 지 4일밖에 되지 않아 미처 짐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듯했다. 실제 사고 배로 옮긴 뒤 이씨는 19일에 동생과 50초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통화는 옮긴 배는 어떤 지 등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지난 14일자로 무궁화10호 일등기관사로 인사발령이 났다.


이씨는 군이 22일 오후 6시30분 선박 안전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박 안전에 대한 사항은 해경 소관인데 군이 조사했다는 소식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씨는 군이 이때 동생의 신변을 확인했다고 확신했다.


정부 발표를 종합해 보면 실제 문대통령은 22일 오후 6시36분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이후 22일 오후 9시40분 동생이 북측으로부터 총살됐다는 소식과 오후 10시쯤 시신을 태웠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씨가 동생 실종 소식을 접하고 인근 해역에 있을 당시 군도 이씨의 동생 소재 파악을 했음에도 구조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측에 넘어가기 전 해역에 표류하면서 이씨는 총살 전까지 생존해 있었을 터였다.


인사이트실종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제공 / 뉴스1


◇"자진 월북?…공무원신분증·소지품도 선내 그대로"


이씨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NLL인근 해역에서 최대 34시간가량을 머물 수 있다. 이씨는 동생이 나흘 전 새로운 배로 옮겨 타면서 새로운 업무 환경을 익히기 위해 작업 중 실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30여 시간 우리 해역에 머물다가 북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이씨가 확인한 동생의 침실에는 개인 소지품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평소 자녀를 끔찍히 아끼던 동생이었던 만큼, 자녀들과 함께 촬영한 가족 사진도 책상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공무원증도 있었다. 자진월북을 시도했다면 최소한의 식량과 자신의 신분을 밝힐 공무원증을 챙겨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씨는 되물었다. 가족들의 사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씨의 조사에 의하면 사고 당시 밀물각도는 310도, 썰물각도는 240도다. 국방부는 사고 지점에서 북한의 등산곶 인근까지 38㎞ 구간을 그어 이씨 동생의 월북 경로를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밀썰물 각도, 조류, 부유물의 상태 등을 근거로 해당 구간으로 동생이 월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로는 다를 뿐 5~6시간가량 흘러갔다가 다시 조류가 바뀌어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북한에 도달할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실종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제공 / 뉴스1


◇"빚지고 이혼하면 월북하나"


국방부의 동생에 대한 '자진월북' 발표 후, 동생의 개인 사정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고 월북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 가족은 전혀 동생의 개인사를 언론이나 기관에 알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국방부의 '자진월북' 짜맞추기에 동생의 치부가 끼워넣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에서 총살과 소각 피격을 당한 당사자가 동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빚지고 이혼해 어렵다고 월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라면서 "동생이 빚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 빚을 해결해주려다가 진 빚도 있고, 이혼 후 힘들어했던 것은 맞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생은 작업을 하다가 실족했고, 표류하다가 북에 도달하게 된 것뿐"이라면서 "또 북한에서 총살, 소각의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는데, 국방부가 어떤 근거로 동생이라고 확신을 하고 발표했는지 그 근거도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실종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제공 / 뉴스1


◇"19일 50초 통화가 마지막 될 줄은…참담한 심경"


이씨는 새로운 배로 옮긴 동생과 19일 짧은 전화통화를 했다. 5남2녀 중 넷째. 형인 이씨에게 자주 통화하고 살가웠던 동생이었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짧았지만,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그는 "부유물에 의지한 채 동생이 북으로 갔다면 동생이 우리 군 레이더에 포착돼 모를 수가 없다"면서 "만약 몰랐다면 군의 과실이고, 군은 그 과실을 감추기 위해 동생을 도박빚 채무에 시달려 자진월북한 파렴치한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가 은폐, 조작했다고 확신한다"면서 "국방부는 우리 해역에서 있었던 30시간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 A씨(47)는 하루 뒤인 22일 오후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이 또 A씨 시신을 불태운 정황도 포착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24일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실종 당시 신발이 선상에 남겨진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등을 A씨가 자진 월북한 정황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