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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를 폐지하라"···일관성 없는 '선택적 분노'에 화난 국민의 명령

여가부에 대한 폐지 목소리가 사상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재임 기간 동안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진선미(現 의원)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법적 효력'을 가진 국회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가족부(女性家族部) 폐지 청원이 10만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국민의 권익을 위해 일한다는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도 국민적인 요구가 나온 바 있다. 당시에는 여가부가 더욱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실망을 넘어 '혐오'의 감정까지 내비치는 국민도 있을 정도다.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이트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 뉴스1


여가부는 대한민국 정부 18개 부처 중 2002년 1월 19일에 태동했다. 숱한 논란을 촉발시켜왔지만, 지금처럼 강한 폐지 여론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된 요즈음의 대한민국에서 어째서 여성가족부(여가부)의 폐지 목소리는 가장 큰 걸까. 여성 인권 신장(伸張) 목소리가 가장 큰 지금,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여성들까지 여가부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사람들은 여가부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부처라면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특정 사안을 대해야 하는데, 이때 다르고 저때 다르고 또 그때그때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관성이 없는 모습은 지난해 그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를 자처했던 윤지오씨 / 사진=인사이트


지난해 3월과 4월 한국 사회 뉴스 섹션은 '정준영+승리 그리고 윤지오'가 차지했었다. 


여가부는 윤지오와 밀접하게 교감했다. 그를 물밑에서 보조하며 성범죄를 공론화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법률에도 없는 경호 지원까지 제공했다.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이 권력자였지만 여가부는 이 문제를 파헤치려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폭로 사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닫아버렸다. 또다른 권력자인 박 시장의 치부를 끄집어내는 데는 인색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 사진=인사이트


시민들은 이때 다르고 저때 다른 여가부의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가부가 하는 일을 다른 부처가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여가부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 예산은 총 1조 1,264억원이다. 가족 관련 6,615억원, 청소년 관련 2,323억원, 권익 관련 1,168억원, 여성 관련 755억원 그리고 기타 403억원이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안희정 전 충남지사 / 사진=인사이트


국민들 편익을 증진하지 못하는 부처가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여가부가 하는 일은 모두 다른 부처가 할 수 있다는 점도 놀랍다.


가족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가 하고, 청소년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가 하면 된다. 권익 관련 업무는 사안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외교부가 하면 된다. 여성 관련 업무도 보건복지부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세금을 내기 어려워하는 국민들의 주머니를 조금은 가볍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36개 나라 중 여가부가 있는 나라는 딱 3곳. 한국과 뉴질랜드, 스페인 뿐이다. UN 가입국 193개 나라로 기준을 넓혀도 딱 이 3곳이다.


인사이트뉴스1


한국보다 여권이 신장돼 있는 북유럽 4국(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에는 여가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독일, 프랑스, 스위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도 없다. 이 말은 돌려 이야기하면 여가부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일관성 없고, 하는 일이 분명하지 않은 정부 부처가 있을 필요 있냐는 국민의 의무는 정당해 보인다.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청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통과된 안건이다. 이 청원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21대 국회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여당(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요구에 응할까. 


실제 폐지를 원하는 국민들은 그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여성 중심' 정책 기조를 보면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은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가부 폐지가 여당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여가부의 만행이 계속된다면 '민주당 책임론'도 꺼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요구가 나온 지금, 이번 만큼은 폐지 요구를 쉽게 넘기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