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씩 300곳 배달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과로'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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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하루에 300군데 집을 방문했어요. 제 동생이요. 도저히 계단 3개를 올라가기도 어려울 만큼 힘들어하다가 응급실에 간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택배물량이 늘어나면서 쿠팡기사 등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또 한명의 택배기사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 과로로 가슴통증을 호소하던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진례대리점 소속 서형욱 택배노동자(47)는 지난 5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생을 달리했다.


서씨는 CJ대한통운 위탁업체의 특수고용노동자로 CJ계열에서 택배기사로 7년가량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평소 지병 없이 건강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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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에 이어 두번째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코로나19로 늘어난 배달물량에 따라 과로사했지만 CJ는 사과 및 입장발표는 커녕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지난 3월에는 쿠팡 인천물류센터에서 계약직 택배노동자가, 5월에는 CJ대한통운 소속 특수고용직 택배노동자가 광주에서 과로사했다.


서씨의 누나 서형주씨(49)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생 출근기록에서 도대체 몇시까지 근무했는지 봤다"며 "아침 6시30분부터 길게는 오후 11시30분까지 근무했었다"고 울먹였다. 서씨는 "동생이 기저질환이 있지도 않았고 굉장히 건강하던 아이였는데 최근에 일을 하면서 심장 통증이 느껴진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다"며 "일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병원 갈 시간도, 상황도 안됐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씨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물량에 하루 13~14시간 주 6일 일을 하며 한달에 7000개 정도의 택배를 배달했다. 서씨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일을 하더라도 주 52시간 적용을 받지 못한다. 아울러 아파서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사측이 1건당 받을 수 있는 몫인 800원의 2~4배가 되는 1500~3000원 사이의 대체운송비(콜벤비)를 요구해 쉽사리 늘어난 물량들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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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8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계속된 죽음 앞에 무책임한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과 故서형욱 택배노동자의 친누나 서형주씨가 CJ대한통운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뉴스1


이들은 "지금도 택배노동자는 하루 15~16시간 고된 노동을 주 6일 동안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와 택배사는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며 "택배노동자는 하루 이틀 쉬고 싶어도 일터에서 쫓겨날까봐 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쉬려고 해도 배송비의 2~3배를 부담해야 해 휴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씨에 대해 산재신청을 하려고 얼마나 일했는지 자료를 원청과 대리점주에 요구했지만 자료를 주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유족들 앞에서 사죄하지도 않았고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CJ대한통운에 △유족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장기간 노동에 허덕이는 배달기사들에 대해 안전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서씨는 지난 6월27일 택배 배송 도중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느껴 다음날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았다. 29일 스텐트 시술을 받고 나서 의식을 회복했지만 이번달 2일 심정지가 발생했고 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개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 도입을 추진 중이며 택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택배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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