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다쳐서 죄송합니다"…엄격한 보훈처 기준에 두 번 우는 상이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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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최근 온라인에는 검지가 짧게 절단된 손 사진이 등장했다. 공상(公傷)을 당한 병사의 손이었다.


그는 지뢰 격발기가 폭발해 손가락을 잃었는데 보상은커녕, 홀대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가보훈처에 두 차례나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보훈처는 그의 손가락이 끝마디만 잘려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보상해줄 만큼 충분히 다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훈처가 더 다쳤어야 했다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어느 누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겠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상을 당하고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상이군인은 이 병사뿐만이 아니다.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목함지뢰가 터져 두 다리를 잃은 하재한 예비역 중사(26)는 또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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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하 중사에게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 판정을 내리기까지 했었다. 적과 싸우다 목숨을 잃으면 전사(戰死) 대신 공사(公死)가 될 판이다.


상이군인에게만 엄격한 보훈처의 잣대는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상이군인의 열악한 처우는 군인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오랜 우방인 미국만 보더라도 보훈의 중요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보훈처인 제대군인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는 규모가 국방부 다음으로 크다.


직원 32만명이 보훈병원 163개, 국립묘지 120개를 관장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참전 용사와 제대 군인의 영예를 지키는 부서'라는 직원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전쟁터에서 산화한 군인과 그의 아내, 자녀를 돌보기 위하여'란 부의 모토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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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법이 문제라면 당장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불명확한 심사요건을 재정비·완화해 상이군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해야 한다.


상이등급에 따라 천양지차인 보훈급여금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1급이든 7급이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희생된 군인에게 국가가 무한한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상이군인을 향한 꾸준한 관심이 중요하다. 군인이 죽거나 다쳐야만 겨우 관심을 갖는 세태부터 달라져야 한다.


뜨거운 관심이 뒷받침돼야만 정치권도 나설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뒷방 신세인 군인의 처우에 어느 정치인이 앞장서 관심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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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6·25전쟁 기념식에서는 감정이 북받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특히 국민의례를 하는 동안엔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국가원수급 예우라고 한다. 군인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당연한 사회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


이 멀고 험한 여정의 끝에서는 덜 다쳐서 죄송하다고 우는 상이군인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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