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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원 기부.. 그 천사들은 헤지펀드 동료

최근 외신에 ‘130억 달러의 미스터리 천사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90년대부터 약 130억 달러를 익명으로 기부한 3명의 신원을 처음으로 밝힌 내용이다.

데이비드 겔바움(왼쪽). ⓒZIMBIO


8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130억 달러의 미스터리 천사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90년대부터 약 130억 달러(약 13조3380억원)를 익명으로 기부한 3명의 신원을 처음으로 밝힌 내용이다. 

주인공은 89년 설립된 헤지펀드 ‘TGS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겔바움(65), 프레더릭 테일러(54), 앤드루 셰히터(54)다. 수학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퀀트) 기법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함께 운영한 이들은 인권·환경·질병치료 등을 위해 약 20년 간 거액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부 경로마저 2중·3중으로 복잡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정체와 정확한 기부 액수까지 베일에 감췄다.

이들을 추적할 수 있었던 단초는 미국 국세청(IRS) 자료에 기록된 ‘가브리엘 트러스트’와 ‘인듀어런스(Endurance) 펀딩 트러스트’라는 자선기금이었다. 2002년에 설립된 두 기금이 보유한 금액은 97억 달러. 

멜린다-게이츠, 포드, 게티 재단에 뒤이은 4번째 규모이며, 카네기와 록펠러 재단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하지만 자금 출처가 어딘지,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는 바로 확인되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적 끝에 기금을 관리하는 곳은 네바다주와 와이오밍주에 있는 기업이고, 이 기업은 또다시 델라웨어주에 있는 기업이 관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마침내 경로의 마지막에서 앤드루 셰히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겔바움, 테일러까지 3인이 거액 기부의 주인공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들이 기부한 돈이 사용된 영역은 다양하다. 셰히터는 희귀불치병인 헌팅턴병(신경세포가 퇴화되면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97년부터 2011년까지 1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쓴 비용보다 큰 액수다. 테일러는 자신의 신원을 감추는 대신 형제들을 내세워 익명 기부자들을 위한 자문 회사를 설립했다. ‘인권 개선과 사회경제적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 회사는 아시아에서 에이즈를 예방하고, 남미의 장애인을 지원하고, 미국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겔바움의 주요 관심사는 환경이다. 그는 미국의 환경운동단체 ‘시에라 클럽’의 주요 기부자이며, 환경보호단체가 모하비 사막의 땅을 구입하는 것도 도왔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을 돕는 데도 약 1억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는 테일러·셰히터와 달리 겔바움은 은퇴 후인 2004년 LA타임스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내가 남들보다 5000배 열심히 일하거나 5000배 더 똑똑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었을 뿐”이라며 “많은 돈을 갖고 있고, 또 많은 돈을 기부했다고 해서 남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