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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근무한 효성그룹 전 직원이 공익제보 후 결국 범죄자가 됐다"

공익 제보자로 나섰다가 15년간 일한 회사에서 해고당했다며 효성 전 직원이 눈물로 호소했다.

인사이트(좌)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우)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공익 제보자로 나섰다가 15년간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며 효성 전 직원이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는 공익 제보자 중 한 명으로 김민규 씨가 출연해 집중 조명 받았다. 


김씨가 신분을 드러내고 눈물의 폭로를 했고 이 방송을 본 효성 관계자는 일방적 주장에만 치우쳤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벌써 몇 차례 김씨와의 소송, 언론전을 펼쳐왔다는 효성 관계자는 "특별히 새로운 일도 아니고 이전부터 입 아프게 해명해왔던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앞서 지난 16일 경기도에게 '신한울 원전 입찰담합' 의혹으로 고발당했을 때도 효성은 "음해성 제보에 의존해 검찰 고발까지 나아간 경기도에 유감"이라며 법정 대응까지 시사한 바 있다.


당시 효성은 인사이트에 제보자 김씨가 해고당한 것에 불만을 품고 악의적인 제보들을 일삼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제보자 김민규 씨가 밝힌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효성측과는 달랐다.


15년간 효성그룹 중공업 사업 부문에서 변압기 영업을 담당했던 김민규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이슈가 한창이었던 그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발주부서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왔다. 대규모 정전이 났을 때를 대비한 보험용으로 비상 변압기를 구매하고자 접촉해온 것이다.


'관행'같은 공기업과 대기업 간의 입찰 카르텔이 시작됐다.  입찰 시작 전부터 중소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Q등급으로 제한을 뒀는데, 이럴 경우 효성과 LS, 현대 이외에 다른 기업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김씨는 입찰 담합 과정이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LS산전이 '들러리'를 서주고 효성이 무사히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줬다고 한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 과정에서 LS산전 입찰 서류를 효성이 대신 써주고, 데이터값(숫자)을 변경하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한수원 입찰 담당자가 김씨에게 전화를 해서 "일을 아마추어처럼 처리했다. LS 입찰 서류에 효성이 나오면 어떡하냐"고 나무랐다. 그리고 못 본척 해주는 조건으로 접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때 110만 원의 강남 룸살롱 접대를 했다며 영수증을 보여준 김씨는 사후 회사에서 보충 받기 위해 증빙용 영수증을 보관해 둔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는 LS산전 명함까지 준비해서 LS 직원으로 입찰 과정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러한 불법 담합과 관행, 접대 외에도 김씨는 공익 제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일반적인 변압기는 복권형인데 안전성이 훨씬 떨어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쓰지 않는 '단권형 변압기'를 납품했다고 실토했다. 


무게 때문에 효성 설계팀에서 복권형이 아닌 단권형만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줬지만 한수원은 "껍데기라도 좋으니 가지고만 와라"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미 정부 지침으로 내려왔기에 발주 취소는 불가하다는 것.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결국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에서 양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가 나서서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


김씨는 먼저 2013년 5월 '회사 내부 제보 시스템'에 이 같은 비리 사실을 알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회장에게 직접 '호소문' 형식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로 감사를 받게 되고 근무 위계 질서를 극도로 문란하게 했다는 사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직원 간의 인화 저해'였다. 김씨는 모범사원상 등의 상패를 보여주며 해고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해고 통지를 받은 당일 해고 예고와 집행이 한날에 이뤄졌다고도 했다. 또 김씨는 회사가 해고 열흘 뒤 야심한 밤에 집까지 사람을 보내 해고통지서를 보냈다며 자신을 두 번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효성측은 김씨의 입장과 달랐다. 


효성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4월 인사평가를 낮게 받았다. 업무실적도 나빴고, 하급자들에 대한 괴롭힘 등의 사유 때문이었다. 5월 김씨가 회사 내부 제보 시스템에 제보한 것도 낮은 인사평가에 대한 '항의'라고 짐작했다.


그 이후 직원들과의 관계나 근태 문제가 계속됐고 이로 인한 2015년 징계해고 절차가 진행됐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한밤중에 '해고통지서'를 보냈다는 김씨의 주장도 반박했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 문서를 김씨에게 퀵으로 보냈지만 김씨는 '회사가 사람을 보내 무단 침입해서 해고통지서를 보냈다'며 퀵 기사를 고발하기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김씨가 2015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2곳 모두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된 것이 맞다'며 효성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그 이후 "김씨가 언론 등에 공익제보를 하게 된 것 같다"는 추측의 말도 덧붙였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김씨는 국민신문고에도 공익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 효성에 대해 혐의 사실이 인정돼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김씨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검찰은 "당신도 공범이었기 때문에 기소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고 김씨는 "이렇게 하면 앞으로 공익제보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서도 효성은 "공익제보와 무관하게 그가 주도자라고 검찰에서 판단했기에 효성, LS와 별도로 개인이 기소된 것"이라며 오히려 김씨가 공익제보한 것이 참작돼서 벌금형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에요. 그 사람 말을 언론에서 자꾸 들어주면 안 돼요"라며 확신에 찬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첨예하게 갈리는 양측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주장만 듣고 제3자가 진실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한 개인이 15년간 일했던 회사에 앙심을 품고 거짓말로 제보한 것이라며 그 최초의 동기를 '낮은 인사평가에 대한 항의'라는 효성의 짐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또한 한수원이라는 공기업과 효성이라는 대기업의 불법 담합행위를 놓고서도 업무실적을 좋게 받기 위해 무리해서 벌인 개인의 단독행위라고 선을 긋는 효성의 태도 또한 비판받기 충분해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효성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