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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기 유출 후 작업자는 대피 시켜놓고 늑장 신고로 주민 700명 고통 준 '한화토탈'

한화토탈 공장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근로자와 주민이 7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민주노총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한화토탈 공장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근로자와 주민이 700명을 넘어섰다. 


21일 서산시 재난안전상황실은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환자가 이날 오전 기준 총 70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는 '스틸렌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에서 이상 반응으로 열이 발생, 유증기 유출 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로 110톤의 유해 물질이 외부로 유출됐으며, 피해자들 대부분은 두통, 구토, 어지러움, 눈 따가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인사이트지난 20일 한화토탈 화학사고 재발위험 무시한 공장 재가동 중단을 촉구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및 민주노홍 화학섬유연맹 관계자 일동 / 뉴스1 


사고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8일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발표해 "지역주민, 협력업체와 주변 공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공정 지역의 가동을 정지 중이며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 확산 방지를 위해 애써주신 서산 소방당국과 사내 임직원께 감사드리고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인사이트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 사진 제공 = 한화토탈 


그러나 권 대표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화토탈 측이 '늑장 신고'로 주민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충남도와 서산시에 따르면 한화토탈 공장 내 스틸렌모노머 공정 옥외 탱크 상부에서 유증기가 유출된 건 지난 17일 오전 11시 45분 경이다. 


한화토탈은 탱크외벽에 소방수를 분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체 대처에 나섰고, 사고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자 낮 12시 30분 경이 돼서야 서산소방서에 신고했다. 


또한 서산시에는 사고 발생 두어 시간 후인 오후 1시 30분쯤 신고했다. 때문에 서산시는 뒤늦게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등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한화토탈의 늑장 신고로 인해 피해 주민이 크게 늘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소방관서에 즉시 신고하게 돼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대산공장 전경 / 사진 제공 = 한화토탈


이에 대해 한화토탈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소량의 유증기가 배출된 걸 발견한 시간은 11시 45분이 맞다. 하지만 초반에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수준의 소량 배출이어서 우선 지켜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탱크에 올라온) 열이 낮아질 수도 있어 우선 현장 작업자만 대피시켰으며, 이후 추가적으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18일 2차 분출 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은폐 논란'에 대해서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소방서와 산업재해 예방센터 등 유관 부서에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2차는 유증기 유출이 거의 없었고 연기 같은 게 조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대산공장 전경 / 사진 제공 = 한화토탈


한편 고용노동부, 환경공단, 서산시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반은 오는 22일 조사대상 및 일정을 협의하고 23일부터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합동조사반은 한화토탈이 업무상 과실로 화학사고를 냈는지, 사고 발생 직후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했는지 등을 집중 확인한 뒤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