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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 한국이야?" 일본산 식품에 점령당한 신세계백화점 식품관

지난 1일 기자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을 찾은 지인이 한 말이다. 일본 브랜드 디저트가 매장 초입부터 쫙 깔려있는 것을 본 지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한국인가 일본인가" 일본 브랜드 전면에 포진한 신세계 식품관 라플 등 일본서도 인기인 디저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와, 여기 일본이야?"


지난 1일 기자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을 찾은 지인이 한 말이다. 일본 브랜드 디저트가 매장 초입부터 쫙 깔려있는 것을 본 지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식품관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브랜드는 홋카이도산 치즈타르트와 말차타르트를 판매하는 '베이크' 매장이었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타르트 앞에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왔기에 현지에서 먹은 맛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베이크 매장 옆에는 '도쿄밀크치즈팩토리'가 들어서 있었다. 도쿄밀크치즈팩토리는 일명 '마약쿠키'로 불리는 치즈쿠키를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 역시 도쿄에서 온 명물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바로 옆에도 일본 오타루에 본사를 둔 르타오의 치즈케이크와 초코케이크가 쇼케이스에 가득 들어있었다. 쇼케이스 위에는 빨간 리본까지 예쁘게 묶인 박스가 전시돼 있었는데, 박스 겉면에 일본어와 영어가 적혀있었다. 한국어는 없었다.


맞은편에는 일본 여행을 가면 꼭 한 개씩은 사 온다는 브랜드가 자리했다. 바로 일본 홋카이도에 본사가 있는 '로이즈'였다. 로이즈는 생초콜릿이 유명한 브랜드다.


이밖에도 일본 디저트 기업인 베이크가 론칭한 애플파이 가게 '라플(링고)', 도지마롤로 유명한 '몽슈슈' 등의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여행을 가본 이라면 한 번쯤은 맛봤을 일본 각지의 명물이 한국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일본 여행 붐이 불러온 일본 브랜드 디저트 인기 일본 디저트 라플, 강남점 전체 디저트 매출 1위 


일본 백화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일본 브랜드 디저트·식품이 점령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변화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나투어가 공개한 최근 10년간 자사 고객 해외여행 예약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일본'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2017년에는 일본이 전체 해외여행 수요의 약 42%를 차지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보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여행 가는 고객이 많았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 같은 일본 여행 붐은 일본 브랜드 디저트의 인기로 이어지는 추세다. 추억의 힘은 크다는 말처럼 여행에서 맛봤던 음식을 국내에서도 소비하는 것이다.


때문에 백화점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채널이 일본 현지 디저트를 입점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매출도 크게 신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지난해 4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어선 라플은 입점 6개월 만에 강남점 전체 디저트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높은 인기에 구매수량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효자 노릇에 강남점서 25% 차지하는 일본 브랜드 소비자 "어느 순간부터 일본 디저트밖에 안 보여"


이처럼 일본 브랜드 디저트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서일까.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일본 브랜드 수는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소비자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매장 초입 인근에 분포하면서 말이다.


반면 일본 브랜드 또는 일본식 음식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이 아닌 곳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중앙이 아닌 모퉁이쪽에 입점한 브랜드는 더욱 그랬다. 동일한 식품관이지만 온도차가 제법 있는 실정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자주 찾는다고 밝힌 직장인 A(27)씨는 "어느 순간부터 들어서면 일본 디저트밖에 안 보인다"며 "물론 인기가 많은 걸 판매하는 건 당연하지만 국내에 숨은 맛집도 좀 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0)씨는 "아무리 일본 디저트가 크게 유행한다지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상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고 평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온라인서도 비슷한 목소리…'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일본 브랜드에 점령당한 식품관 과연 괜찮은가 


온라인상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상당 있었다. "일본이여 한국이여", "방사능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일본 디저트 좀 그만 팔았으면 좋겠다", "가격도 두 배임" 등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제법 있을 정도로 백화점 식품관이 점령당한 듯하다. 물론 기업으로서는 일본 브랜드 디저트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일 터.


그러나 뒷맛이 썩 개운치 못하다. 일본에서 온 식품의 경우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늘 뒤따르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라플도 후쿠시마 인근 아오모리현 사과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방사능 논란에 종종 휩싸이는 제품이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신세계 측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방사능 검사가 통과된 원재료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논란에 오르는 지역의 재료를 꼭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혹시 모를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하는 것.


다수가 아닌 소수의 의견이라도 분명 소비자의 의견이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있는 디저트나 식품 등의 일본 음식을 우리나라 시장에서 파는 것은 얼토당토않는다는 소비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입맛에 맞는, 사랑받는 한국 음식이 많다. 다채로운 한국 음식이 그 자릴 대신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