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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노브랜드 때문에 망하기 직전입니다" 이마트24 점주의 울분

이마트가 자사 계열 편의점 '이마트24'와 기업형 슈퍼마켓 '노브랜드 전문점'과의 근접출점 논란으로 가맹점주와 잡음을 빚고 있다.

인사이트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뉴스1 


이마트24, 노브랜드 전문점 '근접 출점' 논란으로 점주와 갈등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 편의점 '이마트24'가 가맹점주와의 지속적인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간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 출점 논란이 갈등의 핵심 축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마트24 점주들, 이마트 상대로 소송 진행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 성남점을 포함한 전국 5곳의 이마트24 점주가 노브랜드의 상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마트를 상대로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 침해금지의무 위반이라는 명목의 영업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은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사업체"라는 재판부 판결에 따라 패소했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가맹사업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의 대상은 '가맹본부'로만 규정하고 계열회사는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결국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 간 침해금지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이마트24 울산 성남점 건너편에 생긴 노브랜드 전문점 / 사진 제공 = 이마트24 점주 김경식 씨  


이마트24 울산 성남점 점주, "건너편에 노브랜드 들어선 후 매출 30% 줄어"


그러나 점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이마트24가 이마트의 자회사이고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직영점인데 왜 침해금지 대상이 안 되느냐. 이마트24와 노브랜드의 취급 품목과 수요 고객이 모두 겹쳐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2016년 9월부터 이마트24 울산 성남점을 운영해온 점주 김경식 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6월 말 편의점 바로 건너편에 노브랜드가 들어섰다"며 "편의점에서 파는 낱개 물건을 노브랜드에서 똑같이 팔고 있다. 이후 매출이 30% 가까이 급감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마트24 본사에 아무리 항의해도 노브랜드 관련해서는 자기들이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말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1심, 2심 모두 패소한 김씨는 현재 대법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24·노브랜드 근접출점은 뼈아픈 실책 중 하나"


노브랜드 근접출점과 관련한 이마트24 점주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4월 이마트의 PB상품으로 등장한 노브랜드가 인기를 얻자 이마트는 이마트24에 노브랜드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다. 이마트24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에도 이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마트가 같은 해 8월 노브랜드 직영점을 오픈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고객이 이마트24 대신 인근 노브랜드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 가뜩이나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마트가 이마트24 점주들의 이러한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용진 부회장도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이마트24·노브랜드 근접출점은 뼈아픈 실책 중 하나"라며 "두 점포가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 점주들께서 만족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사이트뉴스1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 철수…오히려 '역효과' 나 


이후 정 부회장은 이마트24에 있던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시키고 대신 '아임e'라는 편의점 전용 PB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고심 끝에 나온 방안이었으나 오히려 역효과였다. 


점주 사이에서는 "노브랜드 제품을 경쟁력으로 삼으라더니 갑자기 빼버리고 이젠 인지도도 없는 PB 제품을 들여놓으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마트24를 운영하며 노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몫을 했던 이마트24 점주들은 갑작스런 조치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김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이마트24 점주들이 노브랜드 상품 다 홍보해서 키워놨더니 이제 와서 빼가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 "이마트24 옆에 노브랜드 출점이 안 되는 거라면 백화점도, 스타필드도 만들면 안 되냐"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은 완전히 업태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한국표준산업분류법상 편의점은 식료품 및 담배 위주의 각종 상품을 계속적으로 판매하는 50평 미만의 공간을 말한다. 노브랜드는 기본적으로 100평 이상의 디스카운트 스토어이며, 담배도 판매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마트24 점주의 억울한 상황을 이야기하니 "노브랜드 출점이 안 되는 거라면 이마트24 옆에는 이마트도, 백화점도, 스타필드도 다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럼 이마트24 근처에서는 아무런 사업도 하지 말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마트,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멈추고 '상생안' 내놔야 할 때 


이제 업계에서는 노브랜드의 근접출점으로 분노하다 못해 지친 이마트24 점주들이 대규모 이탈을 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까지 가진 않았지만 매출 하락으로 폐점을 준비 중인 점주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한 이마트24가 점주와의 잡음까지 앓으며 이중고에 빠진 실정"이라며 "폐점을 원하는 1세대 점주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정 부회장이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노브랜드 옆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이마트24와 이 때문에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점주들. 이마트가 제 살 깎아먹기를 멈추고 '상생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