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전화 걸자 부회장이라 안 하고 비서라 거짓말한 애경 채동석

인사이트(좌)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 더팩트 (우) 뉴스1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부회장님 맞으세요?"


"아니요. 비서인데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신분을 숨긴 것은 물론 애경산업은 1차적인 책임이 없다며 발을 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경향신문은 입수한 녹취록을 토대로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애경의 책임을 따지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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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을 믿고 유통시켰을 뿐이라 강조해 


보도에 따르면 채 부회장은 지난 1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13여 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채 부회장은 애경산업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에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 판매를 허가해줬으며, 애경산업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부터 받은 제품을 팔았을 뿐이라는 게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채 부회장 주장의 골자다. 애경산업이 제조한 게 아님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채 부회장은 애경산업도 모르고 판매했다는 것을 부각했다. 그는 SK에게 받은 가습기 메이트를 모르고 판매했으며 그저 SK케미칼을 믿고 유통시켰다고 피해자에게 힘줘 말했다.


인사이트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을 제공하고 애경산업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 뉴스1


SK케미칼 측 책임이 더 무겁다며 회피하기도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다.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낸 제품이다.


SK케미칼 측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뉘앙스의 말은 계속됐다. 채 부회장은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달리 가습기 메이트를 직접 제조했기에 무조건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전했다.


더불어 애경산업은 법원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려는 것일 뿐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과 달리 채 부회장의 행동은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가 피해자와 통화하는 13분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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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라고 본인 신분까지 속인 채동석 부회장 


피해자가 부회장이냐며 자신의 신분을 묻는 질문에 채 부회장은 "아니요. 비서인데요. (부회장은) 오늘, 내일은 청양 공장에 가시고요"라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피해자는 채 부회장의 직통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며, 이 전화를 채 부회장이 직접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책임을 묻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질문에 1차적인 책임은 애경산업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데 이어 자신의 신분을 끝끝내 밝히지 않은 채 부회장.


그의 이런 태도는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책임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일법한 대목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애경산업 "피해자가 먼저 신분을 밝히지 않아 그랬을 뿐""나중에 피해자인걸 알고 부회장이 진심을 다해 설명해"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측은 애초에 피해자가 먼저 신분을 밝히지 않아 부회장이 그랬다고 해명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처음에 채동석 부회장 직통전화로 전화가 걸려왔고, 채 부회장이 직접 받았다. 그런데 발신이 확인이 안 됐고 피해자가 아무런 말을 안 했었다"며 "그러다 나중에 피해자인 걸 알게 돼 채 부회장이 진심을 다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주장과 달리 독성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서 드러나 애경산업 "기소를 하기 위한 검찰 측 주장"…기존 입장 고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이후 애경산업은 줄곧 가습기 메이트에 라벨을 붙여 판매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검찰 조사 결과 애경산업도 가습기 살균제 원액의 흡입 독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애경산업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가습기 메이트를 표시·광고한 행위를 업무상 과실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애경산업 측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기소를 하기 위한 검찰 측 주장이다"며 애경산업은 판매만 해왔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한편 애경산업은 이달 초 제조사인 SK케미칼을 상대로 7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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