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사랑했고, 2년을 그리워했고, 앞으로도 널 사랑해"…죽은 여친 향한 어느 군인의 편지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안녕, 잘 지내? 거기도 여기처럼 따뜻해졌겠지?"


남자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들판에 핀 어떠한 꽃보다도 예뻤어"라며 회상했다.


군인 부사관 신분이었지만 그는 용기 내 첫눈에 반한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렇게 시작된 행복한 연애. 세 번의 새해를 맞이하는 동안 남자는 그녀가 옆에 있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태양의후예'


그러던 어느 날 여성은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했다.


두통이 찾아오는 주기가 점차 짧아졌으나, "남들 겪는 두통이겠지, 다이어트 때문이겠거니"하며 넘겼다.


결국 얼마 안 가 병원에 실려 간 그녀를 마주한 남자는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작은 머릿속엔 괴물 같은 종양이 들어있었고, 결국 항암치료를 위해 머리를 밀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여인의향기'


남자친구를 안심시키고 싶었던 걸까. 여자는 "오빠랑 이제 머리 비슷해졌네"라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얼마 뒤 큰 수술을 받게 된 여자는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


남자가 중사로 진급한 날, 기쁜 마음에 혹시라도 기적이 찾아올까 정복을 차려입고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왼손을 꼭 잡고 남자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기적을 바라며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태양의후예'


간절히 바랐으나, 결국 여자는 남자와 사진을 찍고 일주일 뒤 하늘로 긴 여행을 떠났다.


"3년을 사랑했고, 2년을 그리워했고,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영원히 널 사랑할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남자는 그녀를 떠나보낸 후 2년 만에 글을 쓴 이 날 둘이 처음 만난 장소를 찾았다. 늘 같이 있던 그녀는 없었지만 그때의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남자친구'


해당 글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나무숲'에 게시된 글이다.


3년을 뜨겁게 사랑했고 2년을 그리워하며, 남은 평생을 기억하겠다는 그의 사연은 많은 누리꾼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아래 해당 글 전문이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11:41

안녕, 잘 지내? 거기도 여기처럼 따뜻해졌겠지? 오늘 휴가를 내고 너가 살던곳, 너가 자주가던 카페, 그리고 너와 내가 만났던 곳에 갔었어. 아직도 그곳에 가면 너가 나를 반겨줄거 같고, 아직도 너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여서 힘들긴 하다.

너를 처음 만난 날도 오늘처럼 날이 좋았었어. 기억나? 넌 그날 들판에 핀 어떠한 꽃보다도 예뻣어. 그 모습에 반해 군인신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갔었는데 다행이도 너도 내 당당한 모습이 좋다 했잖아.

그렇게 너란 사람을 알아가고 세번의 새해를 맞이하는 동안 우린 너무나도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나에게 있어서 진짜 어른이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고. 너랑 함께한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했었어.

너가 머리가 어지럽다 했을때, 다이어트 때문인가 해서 진작 병원에 가자 못해서 미안해. 그런 괴물같은게 너의 작은 머리속에서 널 그렇게 괴롭히고 아프게 했을걸 생각을 못했어. 내가 배운거 없고 무식한 군인이라 너가 아픈게 그냥 남들이 겪는 두통같은건줄만 알았어. 타이레놀 같은거 먹으면 다 나을줄 알고만 있었어. 넌 나 기침만 해도 그렇게 사소한거 하나하나 챙겨줬는데, 난 너 아프단 말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거 늦었지만 미안해. 너가 결국 쓰러지고, 병원에 갔을때 수술 하려고 머리 다 밀어놓은거 보고 진짜 눈물이 안멈추더라. 안울라고 했는데...

넌 그와중에도 나랑 머리 비슷해졌다고 바보처럼 웃더라. 한참을 너 바라보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는데, 착해빠진 넌 나 위로만 해주고. 위로받아야 하는게 누군데.. 그리고 니가 수술을 받고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았을땐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고 밉고 하더라.

너 곤히 자고 있는 사이에 나 진급했는데, 너가 나 중사약장 달아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나 진급한날 혹시 기적이라도 있을까 해서 병원왔었는데 넌 역시나 이쁜 얼굴 그대로 잠만 자고 있더라. 그래도 나 꼴에 진급했다고 정복 빼입고 너랑 사진도 찍었다. 왼손으로 니손 꼭잡고. 또 눈물 나오더라 그만 울어도 됬었는데 말이야.

사진찍고 일주일있다가 거짓말처럼 너 하늘로 가버리더라. 혹시 오빠 중사다는거까지 기다려준거야? 약속지키려고? 너 화장하는날, 너가 진짜 가버린날. 나랑 너네 오빠랑 술한잔 했다. 오빠가 고맙데, 마지막까지 너 가는거 지켜주고 사랑해주고 해서. 난 근데, 너한테 받은게 더 많아서 아직 해주고 싶은게 산더미같이 많은데... 왜 여기서 우리가 끝나야하는지 이해가 안되고 참 상황이 미웠어.

한번은 지금 나도 가버리면 널 만날까도 싶은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날 만나면 너도 안기뻐하겠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미안하지만 너 좀더 기다려야할거같아. 나 여기서 좀더 살다가 좀더 노력하다가 너 곁으로 갈때까지.

오늘 너 사진앞에 이쁜 꽃이랑 선물 하나 두고 왔어. 3년을 사랑했고, 2년을 그리워했고,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은시간 영원히 널 사랑할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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