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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에 찌들어 잠든 고등학생 머리 때려 '버스 자리' 빼앗은 할머니

하교 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버스에 타 깜짝 잠이 들었는데,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고 할머니한테 머리를 맞은 학생의 사연이 알려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서 있기 힘든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있다.


말 그대로 문화일 뿐 강요는 아니다. 단지 '배려'하는 행동들이다.


그런데 잠들어 있어 상황을 몰랐는데도 왜 배려하지 않느냐며 갑자기 머리를 맞으면 기분이 어떨까.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굣길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머리를 맞았다는 학생의 사연이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사연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지난 월요일 학교를 일찍 마쳤다. 보충 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 둘 다 신청하지 않아 오후 4시면 하교를 하는 날이었다.


일찍 끝났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A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를 다니고 있어 이동 시간만 약 1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A씨는 버스에서 쪽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해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A씨는 버스를 타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단잠에 빠져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A씨의 머리를 '빡'하고 때렸다.


인사이트MBC '밥상 차리는 남자'


너무 놀란 마음에 눈을 뜬 A씨는 또다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할머니 한 분이 짐을 들고 자기 눈앞에서 씩씩대고 계신 것이었다.


A씨는 눈을 뜨자마자 느꼈다.


'아 빈자리가 없어서 자기 앉으려고 날 때려서 깨운 거구나'


A씨는 황당한 마음에 "할머니가 저 때리셨어요?"하고 물었고 할머니는 "학생이 양보도 안 하고 배려심이 없네!"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른도 공경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학생이 돼버린 A씨는 순간 울컥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다 A씨를 향해 있고, 할머니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A씨를 때렸다.


인사이트MBC '자체발광 오피스' 


A씨도 화가 났고, 눈물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괜히 일을 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의 자리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그렇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상태로 집에 도착한 A씨는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이 터졌다.


A씨는 엄마 품에 안겨 20분 동안 엉엉 울고, 하소연을 하다가 엄마가 준 초콜릿 먹으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글을 마쳤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행동을 할 때 그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하는 행동은 배려가 아니다. 강요돼서도 안되고, 당연한 권리로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