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간장 만들려고 코안에 '곰팡이' 숨겨온 '간장계 문익점' 샘표 오경환 부사장

인사이트오경환 샘표식품 부사장 / 사진 제공 샘표식품


"큰 어른을 잃었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40여년간 간장 제조 외길을 오경환 샘표식품 부사장이 지난 13일 6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질 좋고, 맛 좋은 간장 제조에 평생을 바친 오 부사장의 별세 소식에 업계는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에 잠겼다.


고인은 1978년 샘표 이천공장 공장장으로 입사해 41년간 샘표식품에서 일하며 한식에 꼭 필요한 간장 연구와 생산에 매달렸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도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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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일본 유명 간장 제조 기업 '야마사'를 방문한 그는 야마사의 비법이 너무 궁금했다. 야마사를 비롯해 당시 일본 간장 기업의 제조 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오 부사장은 그중에서도 야마사가 어떤 '곰팡이'를 이용해 메주를 발효시키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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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메주를 띄우는 방인 제국실은 간장 제조 기업의 '영업 기밀'이어서 견학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 부사장은 좋은 간장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야마사에 제국실 견학을 간곡히 요청했고, 야마사는 오 부사장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견학을 허가했다. 단 조건은 아무것도 만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야마사가 어떤 '곰팡이'를 이용해 메주를 발효시키는지가 궁금했다"


어렵게 제국실에 들어가게 된 오 부사장이 한 일은 '반복해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였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의 씨앗인 포자를 코안에 최대한 많이 담기 위해서다.


제국실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길 반복한 오 부사장은 이후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지에 코를 풀었고, 그 휴지를 소중히 지닌 채 한국으로 돌아와 성분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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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력 덕분에 야마사가 어떤 곰팡이를 이용하는지 알아낸 오 부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샘표식품을 국내 최대 발효 식품 회사로 성장시켰다. '간장계의 문익점'이라는 뜻깊은 별명도 얻었다.


오 부사장은 또 미생물 연구나 개발 과정에서의 수많은 실험에 관여해 2001년 전통 한식 간장인 조선간장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곰팡이의 씨앗인 포자를 코안에 숨겨


조선간장은 양조간장과 달리 콩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까다롭다. 때문에 조선간장 양산 성공은 오 부사장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처럼 오직 '좋은 간장'만 생각하며 간장 제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오경한 샘표식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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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만든 간장을 온 국민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일이 참 중요하구나,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의 빈소는 경기도 이천 효자원 장례식장 207·208호, 발인은 16일 오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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