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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없는 중고장터로 주부들 마음 강탈한 '마약앱' 당근마켓

주부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봤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당근마켓


주부의 핫플레이스 '당근마켓'


[인사이트] 이다운 기자 = "왜 하루하루 날이 지날 때마다 집이 좁아질까"하고 한숨 쉬는 엄마.


사실 엄마는 사고 안 쓰는 물건, 작아져서 못 입는 옷 등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것을 안다.


중고나라에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팔고 싶지만 익명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 온라인 특성상 이용하기 꺼려질 때가 많다. 사기를 당했다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판교 주부들 사이에서 '마약앱'으로 불리는 앱(App) 서비스 덕분에 엄마의 고민이 '싹' 사라졌다.


100% 직거래로 운영해 사기 확률이 낮아 한 번 클릭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 앱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이다.  


인사이트당근 마켓 홈페이지


우리 동네 중고시장 '당근마켓'


중고시장 앱인 '당근마켓'은 오로지 동네 사람들끼리 직거래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 생긴 '당근마켓'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당근마켓은 오로지 '동네 직거래'만 가능하다. 6㎞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올라온 상품은 조회조차 불가능하다.


인사이트당근마켓 회사 / Instagram 'daangn.m'


'당근마켓'은 지난 2016년 6월 월간 순수 이용자가 2만 3천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이용 고객이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2월에 16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게다가 와이즈앱이 조사한 '2018년 가장 성장한 앱'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고 사용자가 월 27회 방문하며 20분 이상 머무는 마약 같은 앱이 됐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중고 거래를 위해 '당근마켓'을 사용하지만, 동네 사람의 일상을 보는 재미 때문인지 체류 시간이 길다"고 말했다.


이어 "'당근마켓'은 동네 사람이 만든 콘텐트를 소비하는 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왼쪽부터)  김용현, 김재현 / 사진 제공 = 당근마켓


카카오 출신이 만든 중고거래 서비스


주부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당근마켓'은 카카오 태스크포스(TF) 팀장이었던 김용현과 팀원 김재현의 합작이다.


카카오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난 둘은 지난 2015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같이 창업의 길로 나섰다.


먼저 두 사람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IT회사 직원들끼리 디지털제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도했다.


테크노밸리에서 꽤 유명한 중고 직거래 앱이 되자 주부를 메인 타깃으로 삼아 '판교장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교에서 살거나 활동하는 사람을 위한 중고거래 서비스였다.


'판교장터'는 예상보다 인기가 좋았다. 두 대표는 '판교장터'의 성공을 발판으로 서비스를 넓히기 위해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사이트당근마켓 회사 / Instagram 'daangn.m'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명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사용자의 거주지 혹은 활동 지역을 기반으로 중고거래를 할 수 있다.


두 대표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생각한 이유가 있다.


카카오 직원을 위한 사내 서비스 중 중고거래 장터가 있었다고 한다. 김용현 대표는 "사내 장터가 상당히 인기가 좋았고 활성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카카오에서의 경험과 개발자와 기획자로 쌓아온 능력을 바탕으로 '당근마켓' 서비스를 시작해 주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당근마켓


사기 절대 불가한 시스템 구축


중고거래 서비스의 가장 큰 숙제는 '신뢰 확보'다.


중고 물품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기는 대부분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직거래가 많고 동네 사람이라는 포지션이 있어 사기 치기 쉽지 않다.


판매자 혹은 구매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상당한 노하우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근마켓'은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동네 인증 시스템 ▲거래 매너 온도 평가 ▲사기 방지 자동화 시스템 ▲거래 후기 등이 있다.


인사이트Instagram 'daangn.m'


그중 '사기 방지 자동화 시스템'은 '당근마켓'의 신뢰도를 구축하는데 효과적이다.


월평균 약 10만 건 이상 부정 판매 신고가 접수되는데 80%가 자동으로 '처벌'된다.


게시물마다 '가품 여부' 투표가 회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일정 기준 이상 득표하면 해당 게시물은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방식이다.


또한 정책을 위반한 고객의 등급은 자동으로 떨어져 일정 기간 이용이 정지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거래 수수료 '0'원


신뢰를 쌓았으면 이 앱을 사용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당근마켓'은 수수료가 없다는 것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수익은 지역 광고로부터 벌어들인다. 동네 업체가 당근마켓에 광고를 의뢰하면 마치 '전단지'처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역광고를 희망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 최근에는 4천여 곳에 이른다. 동네 과외부터 시작해 용달, 인테리어, 조명, 네일숍 등 의뢰가 다양하다.


인사이트Instagram 'daangn.m'


김재현 대표, "동네 생활정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


수수료 '0'원 외에도 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다 보니 지역별 특색이 나타나는 거래 물품이 화제다.


제주도의 경우 그날 잡은 갈치나 문어를 거래하고 강남에서는 명품 가방이나 구두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 덕분에 '당근마켓'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99%를 넘어섰다.


김재현 대표는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 생활정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동네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나 집 근처 매장 평가 등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따듯한 동네 커뮤니티를 꿈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