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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폭망' 공식 깨고 '블랙보리' 히트 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웅진에서는 하늘보리 만들고 하이트진로에서는 블랙보리 만들어 대박 친 조운호 대표가 음료업계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인사이트YouTube '하이트진로음료hitejinro'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가 기획한 '블랙보리'


[인사이트] 이다운 기자 = "블랙은 다 망해. 절대 안 돼!"


음료 업계에서는 검은색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꺼려한다. 


검은콩 우유, 검은콩 차 등 검은색으로 된 원료를 사용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음료의 저주'라는 웃지 못할 말도 있다. 


'블랙 음료'처럼 음료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했었던 아이템이 또 있다. 바로 '보리'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음료


보리차를 누가 돈 주고 사 먹겠냐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일까. 음료 업계 종사자들은 보리차를 내놓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혀를 내두르곤 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하늘보리를 선두로 보리 음료가 나오기 시작했고, 업계의 우려와 달리 보리차 시장 자체가 커졌다. 


이런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보던 한 남성은 과감하게 '블랙 보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려와 우려의 조합으로 만든 음료를 당차게 세상에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음료는 시장에서 성공했다. 성공 신화의 주역은 바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며, 그가 내놓은 제품은 '블랙보리'다. 


1. '블랙보리'의 놀라운 기록


인사이트YouTube '하이트진로음료hitejinro'


조 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 12일 세상 처음 선보이는 까만 보리차, '블랙보리'를 출시한 이후 선두주자인 웅진식품 '하늘보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검은색 음료는 망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블랙보리'를 선보였고, 우려와 달리 출시 6개월 만에 2천만병 판매라는 기염을 토했다.


출시 1년이 된 지난달에는 누적 판매 4,200만 병을 기록했고 보리음료 시장 30%를 점유하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하이트진로음료'


블랙보리는 국내 최초로 국내산 검정보리만을 사용해 일반 보리차 음료보다 진하고 구수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100% 국내산 검정보리를 볶아 단일 추출해 잡맛과 쓴맛을 최소화하고 보리숭늉의 구수한 맛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내 수분 보충과 갈증 해소에 뛰어나고, 카페인·설탕·색소가 들어있지 않아 모든 물 대용 음료로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주원료인 검정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을 4배 이상 함유하고 있고 식이섬유가 1.5배나 많아 보리 품종 중 최고로 꼽힌다.


2. "하늘보리도 조운호 대표가 만들었다?"


인사이트Facebook '하이트진로음료'


출시 1년 만에 엄청난 성장력을 보여주는 '블랙보리'는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를 따라잡고 있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있다. '하늘보리'도 조운호 대표가 만든 것이다. 자신이 과거에 만든 상품을 자신이 만든 신제품으로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1981년 제일은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1990년 안정적인 은행을 때려치우고 웅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경성대학교 야간을 졸업했으나 뛰어난 아이디어로 명문대 출신을 제치고 3년 반 만에 웅진식품 팀장이 됐다.


웅진식품에 있을 당시 조대표는 '가을대추'를 시작으로 '아침햇살', '하늘보리' 등을 만들어 대박을 쳤다.


내부에서는 "한약재 같은 걸 만드냐", "쌀뜨물 제조하냐", "잘한다 하니까 보리차를 만드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었으나 하나같이 전부 흥행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음료


웅진식품 사장에서 부회장까지 했던 그는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방향을 틀었다. 이후 '얼쑤'라는 회사를 창업해 토종재료로 건식음료를 만드는 사업을 했으나 재작년 2월 하이트진로의 러브콜을 받고 하이트진로음료의 대표가 됐다.


그는 '하늘보리'를 성공시킨 경험을 살려 '블랙보리'를 출시했고 지난해 매출이 400억원에 달하면서 1년 만에 효자상품을 만들어냈다.


그가 내놓은 음료 가운데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제품이 3개, 200억원을 넘긴 상품은 2개, 100억원을 초과한 게 5개 제품에 달한다. 음료업계에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록으로 그가 업계에서 '대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3. 조운호 대표가 직접하는 SNS 마케팅


인사이트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트위터 


'블랙보리'의 인기는 조운호 대표의 SNS 활동도 한몫 했다.


조 대표는 SNS에서 '블랙보리'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면 개인 계정으로 좋아요를 눌렀고 한때 소비자들이 서로 하트를 눌러달라며 해시태그에 '블랙보리'를 넣은 글이 많이 올라왔다.


그는 SNS를 통해 스타 마케팅도 진행했다. 배우 유준상이 블랙보리를 즐겨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된 조 대표는 감사의 표시로 그의 소속사에 제품을 보냈고 트위터로 그 사실이 전달됐다.


이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블랙보리를 즐겨 마시는 다른 연예인의 팬들이 자신의 연예인에게도 블랙보리를 보내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조 대표는 '블랙보리'를 자주 즐겨 마시는 '러블리즈' 지수, '에스에프나인(SF9)' 휘영 소속사에 제품을 전달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사이트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트위터


성원에 힘입어 지난달 블랙보리 출시 1주년 기념 '핵인싸템 팬싸 지원 이벤트'를 열었고 일주일 만에 70만 명의 관심을 얻었다.


이 이벤트는 '블랙보리'와 연예인 이름을 함께 해시태그 하면 응모되고 트윗수 상위 5개 팀을 선정하여 팬싸인회, 콘서트 시 '블랙보리' 365병을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조대표는 예상보다 많은 참여로 수상 인원을 5팀에서 16팀으로 확대했고 지난달 20일 뉴이스트, 러블리즈, 설경구를 비롯해 총 16팀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조 대표는 "블로그라던지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까지 거의 모든 채널의 SNS 활동을 해왔다"며 "페이스북의 경우 제품 이야기뿐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이나 시, 글 등 500편 정도 올리기도 했다"고 SNS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4. '블랙보리'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음료


블랙보리는 출시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코리안 논카페인 그레인티(Grain-Tea)'로 미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일본, 홍콩 등 1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디카페인(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꽤 있는데 세계적으로 즐겨 마시는 커피나 홍차, 녹차 모두 카페인이 들어있다.


그에 반해 카페인과 설탕이 없는 블랙보리가 대체제로 인식되고 있어 해외 시장의 매출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넘버원 유기농 마켓 '트레이더조'에 한국 음료 최초로 입점을 확정해 '블랙보리' 세계화에 청신호를 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미국 전역에 500여 개의 체인을 보유한 '트레이더조'를 시작으로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유통채널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