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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실직하고 창업해 '27조' 셀트리온 만든 서정진 회장이 '내년 은퇴' 선언한 까닭

국내 바이오 벤처계의 신화로 불리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0년 말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인사이트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뉴스1


"셀트리온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고 2020년 말 떠나겠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국내 바이오 벤처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0년 말 은퇴를 선언했다.


서 회장은 앞으로 남은 2년간 직접 해외 곳곳을 누비며 직접 판매 체제를 구축, 셀트리온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서 회장이 공식 기자 간담회 자리에 나선 건 지난 2015년 3월 셀트리온제약 충북 오창 공장 준공식 후 약 4년 만이다.


이날 서 회장은 "'램시마SC'를 내세워 글로벌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올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 케미칼(합성 의약품)의 수출 등을 계획 중"이라며 "1,400조원 규모의 세계 제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의 첫 번째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피하주사로 만든 제품이다. 자가주사할 수 있어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신청해 이르면 올해 10~11월께 허가가 예상된다.


램시마SC가 허가를 받으면 램시마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는 TNF-알파 억제제 중 유일하게 정맥주사 제형과 피하주사 제형을 동시에 갖춘 바이오 의약품이 된다.


서 회장은 램시마SC 허가와 시판이 셀트리온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바이오 의약품 분야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길"


서 회장은 또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해 램시마SC부터 해외 직판에 나설 것"이라며 "해외에서 판매를 대행하는 유통 파트너사의 수수료율이 평균 40%에 달하는 만큼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직접 네덜란드 주재원이라는 직책으로 몇 십 개국을 돌며 직판 체제 구축을 준비해왔다"며 "직판 체제 구축은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고속도로를 놓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글로벌 유통망이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생산한 의약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 회장은 "이렇게 되면 바이오 의약품 분야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면 미련 없이 2020년 말에 떠나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셀트리온을 2020년까지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가능한 '완전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고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한 서 회장은 자신의 은퇴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서 회장은 "샐러리맨에서 그룹 총수까지 하면서 느낀 것은 나갈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회장 그만두는 게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물려주고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성공할 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하고 따라 나온 대우 직원들의 취직이 안돼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무조건 안 망하려고 죽을 둥 살 둥 일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돈을 어느 정도 벌고 나니 다음 세대인 후배들이 생각나더라"며 "내가 세운 셀트리온그룹이 크고 좋은 회사가 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로 와서 일했으면 한다.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우리나라 많은 국민이 사랑해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물려주고 떠나려고 한다"


은퇴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무엇을 할지 생각은 안 해봤는데, 먼저 잠을 실컷 자고 싶다"며 "그리고 낚시 방송 프로그램인 '도시어부'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회장직 후임에 대해서는 가족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오너 경영보다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갈 계획이다"면서 "자녀에게 CEO를 맡기지 않겠지만 회사에 주인은 있어야 한다. 큰아들에게 이사회 의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 회장은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오면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이트셀트리온 사옥 / 사진 제공 = 셀트리온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기내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서 회장은 "당시 우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듯 대한항공 직원에게도 반말로 이야기했다"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항상 조심하겠다. 오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은 2년을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기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서 회장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1991년부터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일하다 IMF로 인한 대우그룹 해체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그는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어 2000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설립했고,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셀트리온을 시가총액 27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