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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장수 '조선호텔'은 고종황제가 커피 마시던 우리 문화재였다"

올해로 탄생 105주년을 맞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국내 5성급 호텔로 유명하다. 특히 국내 호텔 중 최장수 기록을 보유할 만큼 역사와 유서가 깊다.

인사이트고종황제의 모습 / (좌) 사진 제공 =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우) 사진 제공 = 웨스틴조선호텔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장수 호텔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국내 5성급 호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조선호텔)은 무려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령 호텔이다.


지난 1910년 조선총독부철도국은 내외국인이 숙박할만한 호텔을 만들 목적으로 1914년 10월 10일 '조선호텔'을 오픈했다.


당시 호텔은 철도국 직영으로 운영됐고, 독일인 건축가가 유행하던 독일식 유겐트 스틸계 서양관으로 건립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최고급 호텔, 카페로 유명하기도 했다.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은 수차례의 리모델링을 걸쳐 과거의 규모와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급 호텔로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소개한다.


1. 고종황제가 천신께 제 올리던 '환구단' 터에 지어졌다


인사이트환구단 전경 / 사진 제공 =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조선호텔은 바이어들과 기업가들 사이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곳으로 알려진 바 있다.


현재 조선호텔의 자리는 커피를 좋아했던 고종 황제가 과거 '천신'께 제를 올리던 '환구단' 터다.


대한제국이 멸망하고 일제는 조선의 왕이 천제를 지내는 것은 하늘에 대한 불충이라며 천조대신의 후예인 천황이 지내야 한다며 환구단을 철거했다.


일제가 대부분을 허물었지만 조선호텔 뒤편에는 여전히 환구단의 일부인 '황궁우'는 남아있다.


황궁우는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3층 팔각정으로 고종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낸 환구단의 부속건물이다.


2. '조선호텔'은 첨단 유행의 상징이었다


인사이트1936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무용가 최승희씨가 조선호텔 커피를 마시는 모습 / 사진 제공 = 웨스틴조선호텔 


조선호텔은 100년 전 국민에게 '신문물'을 보여준 유일한 장소였다.


1900년대 초반 조선호텔은 '수직열차'라 부르던 엘리베이터를 처음 호텔에 설치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 그리고 뷔페와 댄스파티 등 서구 문화를 처음 국내에 들여온 호텔이다.


또 국내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였다.


3. 105살 된 조선호텔은 오랜 역사만큼 투숙객 명단도 화려했다


인사이트1914년 조선호텔 객실 / YouTube 'SSG PLAY'


올해로 105살 된 조선호텔의 투숙객 명성도 긴 역사만큼이나 화려하다.


이승만 전 대통령, 서재필 박사(미국 국적의 한국 독립운동가) 등 한국인 주요 인사들이 자주 잠을 잤던 곳이다.


1946년 4월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거처를 옮길 때까지 201호실을 정치 활동의 중심거점으로 삼았고 개인 자격으로 입국했던 중경임시정부주석 김구 선생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찾아오면서 201호에 머물렀다.


이들 다음으로는 독립 신문을 창간했던 서재필 박사가 201호에 머물렀다. 반은 영어, 반은 한글로 된 독립신문을 호텔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 미국 전 대통령, 맥아더 장군, 마를린 먼로, 로널드 레이건 미 전 대통령 부부 등 세계적인 인물도 방한하면 꼭 묵었던 곳이다.


4. 지금의 '조선호텔'은 1970년 리모델링한 후의 모습이다


인사이트(좌) 과거 조선호텔의 모습, (우) 리모델링 하던 당시의 조선호텔의 모습 / 국가기록원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오늘날 조선호텔의 외관은 지난 1970년 리모델링한 후의 모습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거 외화벌이를 위한 '관광입국'을 내걸며 호텔 재건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용된 공사비만 1100만달러로 책정됐다.


5. '조선호텔' 객실 열쇠만 있으면 '외상'이 가능했다


인사이트과거 조선호텔이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객실 열쇠 / ebay


호텔 업계에 따르면 과거 조선호텔에 묵었던 투숙객들은 방 열쇠 하나만 들고 있으면 지갑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조선호텔의 명성 때문일까. 조선호텔 로고가 새겨진 객실 열쇠만 보여주면 인근 식당에서 외상을 해주었다는 일화가 알려진 바 있다.


6. 조선호텔은 '104년' 동안 외부 사람들의 세탁을 해줬다


인사이트조선호텔이 운영하던 예전 세탁소의 모습 / 사진 제공 = 조선호텔 


조선호텔은 지난 191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일반 세탁소처럼 외부 사람들의 세탁을 맡아해줬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직원들이 섬세한 기술로 어떤 세탁물이든 새 옷처럼 깨끗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가죽과 모피 등 고급 소재 의류와 잡화까지 취급해 많은 이들이 멀리서도 와서 세탁물을 맡겼다.


현재 조선호텔은 지난해 7월 31일부로 지하 1층에 운영해 온 세탁소를 폐점하고, 투숙객 또는 피트니스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내부 세탁 서비스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