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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학생들 배불리 먹이려고 '도시락 가게' 차린 한솥 이영덕 회장

25년째 메뉴 가격을 3천원대로 유지하며 '가성비甲' 도시락 내놓고도 1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한솥 이영덕 회장의 고집을 살펴본다.

인사이트(좌) 가재울뉴타운점 전경, (우) 이영덕 한솥 회장 / 사진 제공 = 한솥


25년째 3천원대 도시락 메뉴 가격 동결한 한솥 이영덕 회장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국내 청소년과 20대 초반 대학생들이라면 배고픈데 돈이 없을 때 단번에 떠오르는 식당이 있을 것이다. 25년째 3천원대로 도시락 메뉴 가격을 동결한 '한솥'이다.


배고픈 대학생을 위해 저렴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내놓는 한솥에는 이영덕 회장의 숨은 고집이 있다.


1948년생으로 재일교포인 이 회장은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으나 자식에게 정체성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아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으로 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사업가 집안의 혈통을 이어받아 자신도 창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무역, 제조업 등 수차례 사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실패가 계속됐다.


그렇게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찾은 사업 아이템이 바로 외식업이었다.


이 회장은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아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였기 때문. 마침 대학 선배 중 한 명이 일본에서 도시락 전문점 '혼케 가마도야'로 가맹점을 2천개 이상 운영하던 중이었다.


인사이트

한솥 1호점 종로구청앞점 / 사진 제공 = 한솥


도시락 테이크아웃 방식 도입한 이영덕 회장의 사업 안목


즉시 일본으로 찾아가 2년간 현장 업무, 인사·재무, 관리 업무 등 노하우를 배워온 이 회장은 1993년 7월 7일 종로에서 46세의 나이로 한솥 1호점을 개점했다.


'한솥도시락'의 신화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다. 이 회장이 한솥도시락을 선보일 당시, 국내 도시락 시장은 매장을 방문하거나 배달하는 2가지 방식 외에는 판매 경로가 없었다.


그러나 고객이 먹고 가는 것과 배달하는 것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숱한 고민 끝에 이 회장은 포장 판매, 즉 '테이크아웃' 방식을 택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다. 10평대 이하 소형 매장에 배달 인력이 필요 없으니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배달이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방문을 유혹했다.


진주햄도시락 등 배달 위주의 경쟁업체 도시락이 3천원대였던 것에 반해 이 회장은 1,700∼1,800원짜리 치킨·돈가스·햄버그 도시락을 선보였다. 1천원도 안 되는 970원짜리 콩나물밥 도시락도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호점 개점 첫날 고객들은 50m가 넘도록 줄을 서며 성황이었고, 언론은 '음식의 가격 파괴'라며 잇따라 보도했다.


인사이트1호점 개업 당시 전단지 / 사진 제공 = 한솥


가맹점과 협력업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영덕 회장의 원칙


현재 한솥의 가맹점은 전국에 723개. 이 중 209개는 1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곳이다. 세 곳 중에 한 곳이 장수 가맹점인 셈이다.


이 회장은 가맹본부가 잘 되려면 가맹점과 협력업체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의 우선순위를 고객, 가맹점, 협력업체, 그리고 본사의 순서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한솥은 1호점 개점 후 7년간 본사에 유입된 이익은 전혀 없었다. 가맹점이 270개 정도 됐을 때 비로소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한솥의 발전에는 꿋꿋이 믿음을 보내준 협력업체도 한몫했다.


초기에 "구매력이 늘면 단가를 높여줄 테니 당분간은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달라"는 이 회장의 호소에 협력업체 대표들은 손해를 무릅쓰고 꿋꿋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납품해준 것.


한솥은 이때 인연을 맺은 협력업체 1백여 곳과 25년이 흐른 아직도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거래를 하고 있다.


그 덕에 한솥은 지난해 9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96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다.


인사이트(좌) 이달 실시한 '100원씩 기부되는 착한도시락' 행사 홍보문, (우) 2003년 치킨마요 출시 당시 전단지 / 사진 제공 = 한솥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한솥도시락이 일군 성공 신화


이 회장은 이제 'ESG 경영'에 집중하고자 한다.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을 추구하는 경영 이념이다.


한솥은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2018 사랑나눔 사회공헌 대상'에서 ESG 경영 부문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사랑의 밥차와 김장나눔 행사, 굿네이버스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매년 10차례 이상 진행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총 20여건의 사회공헌활동을 했으며, 총 3억 5천만원을 기부했다.


오늘도 이 회장은 한솥을 이끌고 일회용 숟가락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제품을 개발하는 등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의 '한솥' 신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