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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대신 동서식품 인수해 국민 브랜드 '맥심커피' 만든 김재명 회장의 안목

김재명 동서그룹 창업주가 대히트 상품들을 출시한 '동서식품'을 이끌어오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인사이트(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사진 제공 = 동서식품


동서식품 인수해 뚝심있게 지켜온 김재명 명예회장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맥스웰하우스로 시작한 동서식품을 진두지휘해 '프리마', '맥심', '카누' 등 커피 대중화와 국산화 시대를 펼쳐낸 인물이 있다. 바로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이다.


커피 소비가 침체되던 1970년대 중반, 김 명예회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동서식품을 인수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승승장구의 길만 걸어왔을 것 같은 동서식품의 유구한 역사는 고(故) 서정귀 동서식품 창업주가 동서식품을 맡았던 196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서정귀 창업주는 동서식품 설립에 자본금은 투자했지만, 시장 조사나 사업 계획, 전반적인 사업 준비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 구상은 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했다. 평소 커피 공장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맹희 명예회장은 커피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전반적인 사업 전개를 진행했다.


인사이트(좌)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 사진 제공 = CJ그룹, 삼성그룹


경기침체와 원두 가격 인상으로 위기 맞이한 동서식품


그러나 당시 제일제당과 국내 커피 생산에 동의했던 일본 맥스웰하우스 측은 합작 직전,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 골자는 '제일제당과 합작하면 절대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맥스웰하우스는 '정부가 제일제당 대신 서정귀라는 사람과 합작하면 바로 허가를 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삼성은 박정희 정권의 견제로 모든 사업에서 제재를 받던 상황이었다. 압박에 못 이겨 이맹희 명예회장은 1968년 커피 사업을 서정귀 명예회장에게 넘기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은 모두 이맹희 명예회장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 담겨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맥스웰하우스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등장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원두 가격이 상승한 탓에 커피 소비 시장 자체가 난관을 겪었다.


인사이트YouTube 'Tom Ford'


제일제당 퇴직금으로 동서식품 전격 인수한 김재명 회장


더불어 물자 절약 운동의 일환으로 정부의 '국산 차 마시기 운동'이 전개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외화를 낭비하는 커피 대신 인삼차를 마시자"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커피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동서식품으로써는 난감한 상황. 어려워진 경영 사정에 서정귀 명예회장은 다시 제일제당에 공장 인수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삼성그룹과 제일제당 대신 동서식품을 인수한 사람이 바로 당시 제일제당 사장이었던 김재명 명예회장이다.


김재명 회장은 제일제당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투자해 개인적으로 동서식품을 인수했고, 1974년 동서식품 사장에 올라섰다.


인사이트Youtube '광고고전'


세계 최초로 오늘날 '커피 믹스' 개발에 성공한 김재명


김재명 사장 체제 출범 이후 동서식품은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새로운 주주들이 기존 경영권을 인계받았고, 조직전반에 걸친 개편이 단행됐다.


경영 체제를 재정립한 동서식품은 1974년 국내 최초 분말형태의 식물성 커피크리머인 '프리마'를 본격 생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1976년 12월에는 커피와 분말 커피크리머, 설탕을 환상적 비율로 배합한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빨리 빨리' 문화와 딱 맞아 떨어져 획기적인 '간편 제품'으로 등장한 커피 믹스는 당신 한국인 삶의 필수품으로 등극하게 됐고, 기세에 힘입어 동서식품은 1980년 '맥심'을 출시했다.


인사이트Youtube '커피라는 행복 맥심', 'MemoryPDS'


국민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동서식품 '맥심' 커피믹스


놀라운 인기를 자랑하며 본격 상승세를 탄 '맥심'은 지금은 '국민 커피'라는 애칭과 함께 모든 대한민국 사무실에 하나씩 놓여있다.


만약 김재명 명예회장이 동서식품의 인수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맥심'과 같은 유명한 커피 브랜드들이 존재했을까.


아마 '맥심'은 물론이고 커피 시장 자체도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 커피 산업의 대표 주자를 달리고 있는 동서식품의 제품들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