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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 정용진이 실적 안좋은 김운아를 신세계푸드 대표로 올린 까닭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세계푸드 부문 대표이사로 김운아·성열기 대표를 내정하기로 한 가운데 김운아 대표의 이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사이트(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성열기 신세계푸드 매입유통부문 대표, 김운아 신세계푸드 제조서비스부문 대표 / 뉴스1,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신세계푸드 실적 부진에 최성재 대표 물러나… 
새 얼굴에 김운아·성열기 대표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신세계의 대표적인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신세계푸드가 '새 얼굴'을 맞이했다. 


최근 신세계는 2019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운아·성열기 대표를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지난 3년간 신세계푸드를 이끌어온 최성재 대표는 올해 2분기·3분기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낙제점을 받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세계푸드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하락했으며, 3분기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무려 39.% 급락했다. 


결국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 대표 대신 김운아·성열기 대표를 수장으로 앉히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김운아 대표는 신세계푸드 제조서비스부문을, 성열기 대표는 매입유통부문을 각각 맡게 된다. 


인사이트김운아 신세계푸드 제조서비스부문 대표 / 뉴스1


신세계엘앤비·제주소주 맡아 주류 사업 이끌어온 김운아 대표 


그런데 일각에서는 김운아 대표의 내정 소식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김 대표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해 3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경험을 쌓아온 대표적인 '유통맨'이다. 


그는 경영지원실 인사기획, 이마트 점장, 기호건강식품팀, MD전략본부 등 갖가지 분야에서 실무를 익힌 전문가다.  


2012년부터는 신세계 주류유통 전문기업인 신세계엘앤비 대표를 맡아 '애주가' 정 부회장의 주류  사업 야심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더해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까지 이끌면서 신세계 주류 영역을 총괄했다. 


인사이트신세계엘앤비가 운영하는 주류전문매장 와인앤모어 / 사진 = 인사이트 


이마트와 '내부거래'로 몸집 불린 '속 빈 강정' 신세계엘앤비 


그런데 문제는 수년간 신세계엘앤비가 '자생'에 실패해왔다는 점이다.  


신세계L&B는 2013년 265억, 2014년 346억, 2015년 426억, 2016년 517억, 2017년 665억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꾸준히 외형을 키우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이 매출의 대부분은 '내부 거래'에 의해 발생했다는 맹점이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80%를 훌쩍 넘던 내부 거래 비율은 2016년 71.26%, 2017년 64.67%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내부 거래는 신세계엘앤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이마트와의 사이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조선호텔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 외형은 키워냈지만 결국 '속 빈 강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이유다. 


인사이트(좌) 푸른밤 소주 (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뉴스1


정용진 야심작으로 꼽혔으나 소비자 외면받는 제주소주 '푸른밤' 


제주소주도 사정이 좋지 못한 건 매한가지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던 제주소주 '푸른밤'은 출시 1년이 지나도록 소비자에게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주소주의 매출은 약 21억원. 5,128억원인 하이트진로와 1,640억원인 롯데주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17년 59억원으로 늘어났으며, 당기순손실 또한 동기간 23억원에서 65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정 부회장은 휘청거리는 주류 사업을 꽉 잡기 위해 김 대표 대신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 출신 우창균 대표를 새로 영입하고 '심폐 소생'에 나서기로 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신세계푸드


업계 관계자, "이번에야말로 김 대표는 반드시 능력 발휘를 해야 할 것" 


이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신세계푸드로 자리를 옮긴 것. 


주류 부문에서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 김 대표를 주력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로 이끈 정 부회장의 '대인배'적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최근까지 김 대표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던 일각의 시선은 '의아함'으로 바뀌어 버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가 계속해서 '속 빈 강정' 소리를 듣는 데다가 제주소주마저 부진한 와중에 김 대표가 신세계푸드로 자리를 옮겨 깜짝 놀랐다"며 "정 부회장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만큼,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능력 발휘를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둥지를 찾은 김 대표가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을 뒤로하고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