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걸고 '삼성vs현대차' 대리전 펼치는 '제일기획' 유정근vs'이노션' 안건희
국내 광고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는 제일기획의 유정근 대표, 이노션의 안건희 대표가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국내 광고계 1, 2위를 차지하는 '제일기획', '이노션'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광고와 마주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는 상품·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시대에서 광고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 독보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이 있으니, 바로 삼성그룹 계열의 '제일기획'과 현대자동차 계열의 '이노션'이다.
국내 탑 자리를 지키는 제일기획은 지난해만 5조 3,677억원을 취급했고 이노션이 3조 9,42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제일기획의 '깜짝 실적' 이끈 새내기 유정근 대표
삼성그룹 계열인 제일기획은 삼성전자가 지분 25.24%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이 가진 지분까지 합하면 28.46%다.
제일기획을 이끄는 유정근 대표는 광고 업계 비수기라 불리는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급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제일기획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690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1.3% 늘어난 수치다.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쭉 광고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유 대표는 삼성그룹 내에서 결코 흔하지 않다는 '내부 승진' 신화를 보여주며 샐러리맨의 '우상'이 됐다.
취임한 지 1년 남짓 된 시점에서 '깜짝 실적'을 보여준 만큼 유 대표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그는 또한 지금까지 수년간 제일기획을 괴롭혀왔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유 대표는 삼성그룹에 치중된 계열사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며,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제일기획은 지난 5월 동유럽 종합 광고대행사 '센트레이드'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 계열 '최장수 CEO'로 꼽히는 안건희 이노션 대표
한편 업계 2위 이노션을 이끄는 안건희 대표는 '새내기' 유 대표에 비해 훨씬 잔뼈가 굵은 최장수 CEO다.
안 대표는 2009년부터 이노션의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왔으며, 현대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 중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그가 왜 최장수 CEO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지는 이노션의 실적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안 대표의 취임 첫해인 200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99억, 196억이었던 이노션은 지난해 매출 1조 1,387억원, 영업이익 967억원으로 '폭풍 성장'했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고문이 지분 27.99%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진 9%, 2%의 지분까지 합하면 현대家가 보유한 이노션의 지분은 총 38.99%에 달한다.
이처럼 대기업에 뿌리를 두다 보니 제일기획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려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노션은 세계 3대 국제 광고제 '2018 클리오 어워드(CLIO Awards)'에서 수상하는 등 막강한 경쟁력을 입증하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안 대표는 해외 광고 회사를 상대로 적극적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 한편, 최근 미주에서 하이네켄과 복권 업체 등 대형 광고주를 유치하며 광고 수주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광고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 계열의 '제일기획', 그리고 현대차 계열의 '이노션'.
두 굵직한 대기업의 자존심 대결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새내기' 유정근 대표와 '베테랑' 안건희 대표의 맞대결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