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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 발생한 KT 아현지사, 주말 근무자 달랑 2명에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의 주말 근무자가 단 2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인사이트(좌) 황창규 KT 회장, (우) KT 판교 본사 / 사진= 뉴스1, 고대현 기자 daehyun@


"화재 자초했나" 논란의 중심된 KT의 안전관리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KT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재 발생 당시 주말 근무자가 단 2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KT의 안전 관리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경 충정로에 위치한 KT 아현지사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했다.


KT 아현지사는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주변 지역의 통신을 담당하는 곳. 화재로 인해 북아현동, 냉천동, 영천동, 창천동, 중림동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해당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는 물론, 인터넷, IPTV 서비스 등에 모두 통신장애가 생겼다. 유선전화 또한 14개동 회선이 '먹통'이었다.


인사이트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의 화재 발생 현장 / 뉴스1


주말 상시 근무 2명에 소화기도 1대 뿐으로 밝혀져


이 때문에 인근 시민들은 마치 90년대 초반처럼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30분 이상 가량 이동해 지역을 벗어난 후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화재 신고 접수 이후 10시간 남짓이 지난 밤 9시경 불이 완전히 진압됐고, 소방 당국은 불이 건물 지하 통신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 조사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통신 집중국사'인 KT 아현지사의 주말 근무자가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KT 아현지사의 상시 근무자는 경비 1명에 시설 요원 1명만으로, 고작 2명의 인원이었다.


인사이트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 앞 공동구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 불이 난 지하 통신구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화기도 1대만이 비치되어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현행법상 '연소방지설비' 의무 설치 구역이 아니기 때문.


현행 소방법에서는 지하구 길이가 500m 이상이고, 수도·전기·가스 등이 집중된 '공동 지하구'인 경우 스프링클러·화재경보기·소화기 등의 연소방지시설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m가량의 단일 통신구인 KT의 통신 지하구는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안전 사각지대인 점은 자명한 상황.


의무 대상이 아니어도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설이지만 제대로 된 화재설비를 갖추지 않아 사고가 나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인사이트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아현 인근 상점의 POS 시스템 / 뉴스1


개인, 상인 피해 더해 국민적인 혼란 일으킨 KT 화재 사고


이번 KT지사 화재로 인해 시민들은 물론,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카드 결제 단말기와 포스(POS, 판매 시점 정보관리 시스템)까지 작동이 안 돼 주변 상권들도 피해를 입었다.


단말기 먹통으로 차단기가 안 열려 시민들이 주차장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KT 화재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현금과 계좌이체를 부탁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미처 안내문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계산대 줄에서 다시 되돌아서고, 매장 내 노래도 틀지 못했던 상황. 그로 인해 당일 결제 수까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상인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현금을 찾기 위해 사람이 몰린 ATM기도 KT 통신망을 쓰는 경우 작동이 안 됐다. 작동되는 ATM에는 1만원권 부족' 안내 문구가 뜨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인사이트KT 아현지사 화재 발생으로 KT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 뉴스1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속에 문제가 생겨 공지를 올렸으며 시청률 집계 기업 닐슨 코리아도 피해 대상이 됐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닐슨 코리아는 '시청률 데이터 제공 장애의 건' 공지를 올리고 KT 화재로 TV 광고 모니터링과 시청률 자료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스포츠도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OGN e스타디움에서 진행되던 포트나이트 코리아 오픈 2018은 진행이 어려워졌고, 코리아 왕자영요 프로리그 2018경기는 취소됐다.


이처럼 여러 방면으로 피해가 나타나자 KT의 허술한 통신망 관리가 가장 기초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인사이트황창규 KT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화재현장을 방문, 복구상황 보고를 받기위해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소방법에 의해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기지국 같이 한 번의 사고로 '전쟁통'과 같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시설에는 당연히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


논란이 일자 황창규 KT 회장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의 모든 통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확실한 방지책을 약속한 황창규 KT 회장이 앞으로의 사고에 대비해 어떠한 방법으로 '안전 대비책'을 세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25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이동전화는 53%, 인터넷 77% 가량이 복구됐으며 소방 당국은 완전 복구에 일주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사이트(좌) KT 사과 문자, (우) KT 판교 본사 / 사진 = 인사이트, 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