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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합격 늘리려고 '여성 탈락' 시킨 KB국민은행 직원에 법원이 내린 형량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지난해 채용비리로 기소된 KB국민은행의 인사팀장 오씨를 비롯한 3명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위반…집행유예 2년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졌던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지난 26일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 씨와 전 부행장 이모 씨, 인력지원 부장이었던 HR 총괄 상무 권모 씨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인사본부장 김모 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KB국민은행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해 '여성 차별 채용 및 VIP 리스트 논란'이 불거지며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인사이트지난 2월 검찰 수사관들이 신입행원 채용비리 관련 압수품이 든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 뉴스1


사회적 책임 있는 시중은행…채용재량권 벗어난 업무방해죄 인정


지난 2015년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점수를 높여 여성지원자 일부가 부당하게 탈락한 것으로 조사된 사건이다.


1심은 정부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업계 1·2위를 다투는 KB국민은행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며 이와 같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사후조정 뒤 확정된 채용 결과라고 하지만 응시자들에게 이미 사전 통보로 '평가 전 설정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고 안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정에 대한 기준이나 절차 또한 없었다"며 "종합해보면,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결과를 변경한 것은 채용재량권을 벗어난 업무처리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인사이트지난 2월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채용비리 및 임단협파행 규탄 결의대회' 현장 / 뉴스1


사후조작으로 여성 채용 제외, 청탁 합격까지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심사위원이 부여한 점수를 사후에 조작하는 방법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고 청탁으로 특정인을 합격자로 만들어 채용 절차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미리 청탁을 받고 점수를 조작해 20명 가량을 합격시킨 것에 대해서는 "채용 청탁 메모가 있는 지원자들의 경우 등급이 상향돼 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각 전형별 심사위원이 부여했던 등급을 변경하면 전형별 합격자가 바뀌게 되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좌) 지난 4월 성차별 채용비리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 (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뉴스1


엇갈리는 공판 반응…"과하다"vs"솜방망이다"


이와 같은 1심 판결이 나자 '솜방망이다'라는 반응과 '과하다'는 반응이 각각 엇갈렸다.


은행권에서는 집행유예조차 과하다는 주장도 등장했으나, 은행권 노조와 외부 시선은 지나치게 가벼운 처사라는 싸늘한 시선이 자리했다.


실제로, 앞서 검찰이 인사팀장 오씨에게 징역 4년, 나머지 3명의 피고인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던 지난달 결심공판보다 낮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이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첫 판결이 타은행 채용비리 공판에 미칠 영향 주목


KB국민은행의 채용 비리 판결은 지난해 불거진 은행권 전반의 채용 비리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남아있는 다른 은행들의 채용 비리 재판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실제 다음달인 11월 5일에는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에 대한 공판이, 함영주 행장이 직접 기소된 KEB하나은행 채용 비리 공판은 같은 달 23일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최고경영자가 연루된 신한은행도 재판을 앞두고 있어, 더욱 숨죽이고 지켜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