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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허창수 회장 '거미줄 혼맥' 기사에 '광고' 운운한 홍보실 직원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거미줄 혼맥' 기사가 송출된 이후 15년차 홍보실 팀장이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귀를 의심케 하는 황당한 발언을 던졌다.

인사이트(좌) GS그룹 허창수 회장 / 사진 제공 = GS그룹 / (우)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거미줄 혼맥' 기사가 송고된 이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자기 스스로 '홍보일 15년간 했다'고 자부한 GS그룹 박모 부장이었다.


지난 27일 인사이트가 보도한 '자식들 재벌과 결혼시켜 거미줄 인맥으로 사세 확장 꾀하는 GS그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발단이 돼 걸려온 전화였다.


인사이트GS그룹 허창수 회장 / 뉴스1


여타 홍보인들과 달랐던 GS그룹 홍보실 

 

당시 인사이트 취재진은 같은 날 발표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GS그룹에 추가 취재를 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서 GS그룹의 '혼맥 수'가 7건으로 국내 재벌들 중에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을 포함해 그간 '혼맥(婚脈)'이 많았던 데다가 자녀세대 들어 같은 재계 혹은 법조계 및 언론계 집안과의 결혼마저 증가했다.


이와 관련 재계 전문가들은 "재벌들이 '혼맥'으로 사세를 확장시키려는 일은 그리 낯선 현상이 아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국의 재벌들이 권력자는 물론이고 같은 재벌들끼리 혼맥을 이어가면서 특혜를 주고 받고 성장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에 기자는 해당 조사 결과의 팩트와 배경 등을 문의하기 위해 GS그룹 오너 일가의 홍보를 총괄하는 여은주 부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홍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여은주 부사장이 가장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를 남겼는데 이후에 여 부사장이 아닌 '15년차 홍보 전문가' 박 부장에게서 회신이 왔다.


당초 기자가 문의하려 했던 GS그룹의 '거미줄 혼맥'과 관련해 팩트 등을 묻자 박 부장의 대응은 이랬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는다!"


좀더 구체적인 팩트와 의미를 확인하려던 기자에게 다짜고짜 '대체 그건 왜 물어보냐'는 식의 박 부장의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다.


좀더 입장을 들어본 뒤 중립적인 관점에서 취재를 하려던 기자를 오히려 당혹스럽게 했다. 


그룹 내부에서 절대적인 '존엄'과도 같은 '오너 일가'에 대해 감히 일개 기자가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을까? 객관적인 팩트를 묻는 질문이었을 뿐이었는데 반응은 차가웠다. 


본지는 박 부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혼맥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한 GS그룹의 거미줄 혼맥에 대한 기사를 송고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프로답지 못한 대응 계속되다 


그런데 송고 이후 28일 오전 9시께 걸려온 박 부장의 전화는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그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해당 기사의 방향은 왜 그런 것이며, '광고'를 달라는 취지에서 작성한 것이냐는 조롱섞인 말투였다. 박 부장의 입에서 정확하게 '광고'라는 단어가 먼저 나왔다.


취재를 통해 박 모 부장의 설명을 듣고 작성한 기사가 순식간에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송고한 기사로 전락했다.


사실 재벌그룹 홍보맨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올 경우 광고를 미끼로 언론을 통제하는 행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팩트와 수치를 근거로 보강 취재를 하려던 언론의 물음에 상식을 벗어난 대응을 일관되게 계속한 대목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GS그룹 "광고를 먼저 언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오해였다"


언론의 정당한 취재와 기사에 대해 '광고'를 운운한 이유에 대해 편집국 차원에서 이날 오후 공식으로 GS그룹의 입장을 물었다.


이와 관련, 박 부장은 "우리가 먼저 광고를 언급한 것은 맞지만, 오해가 있었다"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았다.


'홍보맨'으로 오래 일하다 보니 광고를 달라는 것으로 판단을 했다는 게 박 부장의 부연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광고를 통해서 언론을 그렇게(회유)한 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고를 미끼로 기사를 삭제하거나 정정하도록 하지 않는다는 어설픈 해명이었다.


재벌가의 '거미줄 혼맥'을 취재하는 과정에 있었던 해프닝을 '기자의 눈'으로 쓴 이유는 '일류'를 추구한다는 GS그룹의 구태의연한 '언론관'이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권력보다 자본이 훨씬 무서운 시대라고 하지만,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재벌들의 언론 길들이기 관행과 구태가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