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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때문에 아빠가 밤에 대리운전까지 하세요"

지난 2월 정부가 시행한 주 52시간 때문에 줄어든 월급봉투를 받은 생산직 근로자들은 부업을 하며 울먹이고 있다.

인사이트(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한국도로공사'


주 52시간 때문에 부업하는 직장인 늘어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다시 일하러 나가요..."


생산직에 종사하는 아빠를 둔 한 10대 소녀는 저녁을 먹자마자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울먹였다.


온종일 일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대리운전으로 투잡을 하러 허겁지겁 나가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장에서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연봉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오던 소녀의 아빠. 도대체 소녀의 아빠는 왜 대리운전까지 하게 된 걸까.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저녁 있는 삶' 위해 주 52시간제 시행한 정부 


지난 2월 정부는 근로자들의 '저녁 있는 삶'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기존 '68시간'이었던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였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평일 40시간에 한 주 12시간 연장근무와 토일 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 근무를 허용해왔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주당 총 68시간을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했고, 한 주에 적용 가능한 근무시간이 12시간으로 축소됐다.


근로자가 더 일하고 수당을 받고 싶어도 법적으로 52시간 이상은 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입 후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행복하다", "취미나 여가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정부가 원했던 취지대로 '워라벨'에 신경쓸 수 있게 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직장인들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마냥 달가운 소식으로 다가간 것은 아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칼퇴' 하지만 급여 줄어들어 울상인 직장인들 업무량은 같지만 마감 시간만 촉박해져


업무량은 같지만 마감 시간만 촉박해져 점심을 간편식으로 때우거나, 일거리를 퇴근 후 집으로 가져와 무보수로 일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뿐만 아니라 월급봉투도 얇아졌다. 특근이나 야근 등 추가 수당으로 챙길 수 없게 되자 월급에서 약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직장인들은 푸념하고 있다.


남편이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월급 앞자리가 바뀌어 남편이 휴가 때도 일용직을 알아보러 다니더라"고 토로했다.


특히 생산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누구보다도 줄어든 월급 때문에 퇴근 후 부업을 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생산직 뿐 아니라 건설업, 특수경비원, 조리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한국도로공사'


근로자 30%, "월급 5~20% 줄어들었다"국회 예산정책처, "근로자 소득 월평균 37만원 감소"


한 근로자는 "전체 생산직 근로자의 30% 정도가 월급이 5~2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월급봉투도 홀쭉해졌다"고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금요일 토요일 식당을 찾는 손님이 없어졌다"며 "매출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근로자 소득은 월평균 37만 7,000원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 52시간제' 때문에 근로자들의 퇴직금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퇴직금도 줄어들어 300인이 넘는 직장으로 이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며 "주 52시간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월급 60만원 깎여 퇴근 후에도 대리운전 해야"


한 중견기업 직원 최모씨도 "퇴근 후 2~3시간 정도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며 "아이가 한창 클 때인데 월급이 60여만원 깎여 용돈 벌이 삼아 하고 있다"며 그간 숨겨둔 속마음을 내비쳤다.


수입이 갑자기 줄어든 상황에서 그간 쓴 생활비, 앞으로의 생활비를 대려면 가장들은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일주일에 52시간만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공기관, 50∼300인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1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환영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푸념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큰 '타격'을 입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주 52시간제'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