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전통시장 가세요"…대형마트 의무 휴업 확대하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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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지난주 일요일(9일), 직장인 최융민 씨는 삼겹살과 채소, 과일류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


그런데 마트에 도착한 최씨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대형마트 셔터가 내려가 있고, 주말이면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 최씨가 마트를 찾은 이날은 9월 둘째 일요일, 의무 휴업일이었다.


삼겹살을 먹겠다는 큰 기대를 품었지만 의무 휴업 탓에 허탕 친 최씨. 집 근처에 삼겹살 살 곳이라고는 대형마트 하나 뿐이었던 최씨는 결국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대형마트 찾았다가 발걸음 돌리는 소비자들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최씨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무 휴업일을 깜박 잊고 습관적으로 대형마트를 갔다가 낭패를 본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의무 휴업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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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이 같은 여론은 더 확산되고 있다.


추석 전날인 '23일'이 9월 넷째 일요일에 해당돼 절반 이상의 대형마트가 의무 휴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전국 406개 점포 중 276개 문 닫아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빅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전국 406개 점포 중 절반 이상인 276개 점포가 23일 문을 닫는다.


업체별로는 이마트 143개 점포 중 91개, 홈플러스 141개 중 101개, 롯데마트 122개 중 84개가 의무 휴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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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이 닥치자 대형마트와 납품 업체들은 '울상'이다.


연중 최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 전날에 문을 닫아 평소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나오는 '명절 특수 수익'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의무 휴업 제도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추석 전 매출을 최대한 올리려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의무 휴업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 다음 화면 캡처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이들은 특히 '장보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융통성 없는 의무 휴업 때문에 장보기 대란 걱정돼요"


추석 제사상 준비를 위해 장을 꼭 봐야하는 주부 주정애(56) 씨는 "대형마트가 23일에 문을 닫으면서 21일과 22일은 분명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왜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가는 것도 아니다. 주차도 어렵고 가격도 싸지 않은 전통시장을 굳이 갈 이유가 없다"며 "냉정하게 말해 대형마트가 장보기도 편하고 가격도 더 싸다. 질이 좋은 건 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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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주씨와 같은 목소리는 전통시장이 부족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더 많이 나온다. 대도시에 위치한 대형마트 90% 이상이 23일에 문을 닫아 장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심각하게 기울어진 균형을 바로잡고 경제 선순환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란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반응처럼 의무 휴업 제도는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의무 휴업 제도가 전통시장 소비까지 감소시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해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오히려 전통시장의 소비까지 '감소' 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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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이용 고객들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점포도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 패턴을 보였는데, 의무 휴업 제도가 이런 동시 소비 기회를 막은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반대로 흘러간 셈이다.


300여개 중소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연합체 한국자영업자총연대도 "실효성이 미미하다"며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큰 공휴일 의무 휴업보다 평일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의무 휴업 제도의 수혜자라고 본 중소자영업자들이 제도 수정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의무 휴업 대상을 복합 쇼핑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취지는 역시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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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유통 공룡이 득세하고 있는 지금, 안 그래도 힘든 국내 대형마트들은 의무 휴업 제도와 최저 임금 상승 등 업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제도들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이런 대형마트가 더 이상 자신들의 '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상인은 "외국계 유통 기업들이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는 상황에서 의무 휴업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공존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이 제도가 지속된다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다 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제도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대형마트를 넘어 복합 쇼핑몰까지 막으면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이라는 '20세기 사고'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사실상 실패한 의무 휴업 제도보다 '진짜' 공존 방안 찾아야


정부는 이런 막무가내 규제보다 전통시장의 특색과 자생력을 살리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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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례가 일본 오사카 도심에 위치한 '구로몬 시장'이다.


이 시장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먹거리 시장으로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으면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기 때문.


또한 대형마트 못지 않은 쾌적한 환경, 싼 가격, 다양한 상품 구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의 '상생 스토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는 전통시장에 점포를 열지만 시장 상인들과 협의해 농수산물과 과일 등 전통시장의 터전이 되는 품목을 제외하고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호점인 경북 구미 선산봉화시장 상생 스토어부터 최근 문을 연 월배시장 상생 스토어(6호점)까지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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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성장과 상생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만들어 대형마트의 활동을 막는 것은 전통시장의 상황까지 덩달아 악화시킨다는 것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가 국내 유통 산업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규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닌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 즉 진짜 공존 방안을 찾아 한국 유통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호받는 그런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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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대기업 산하 한 연구소는 매달 일요일 두 차례 휴무를 이어갈 경우 연간 일자리 7,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일요일보다 매출이 적은 월요일에 두 차례 휴무해도 3,500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만약 의무 휴업 대상이 확대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김모(46) 씨는 "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던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서민을 위하겠다던 정부가 도대체 왜 일자리 없애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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