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일으킨 박항서 감독의 '박카스 매직'이 반갑지만 '서글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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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식을 줄 모르는 '박항서 열풍'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동아제약이 베트남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의 덕을 제대로 보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4강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초 2018 아시아 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일궈내며 현지에서 주목을 받은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완전한 스타로 거듭났다. 


베트남의 현 상황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우리나라와 판박이다. 


한국을 4강 신화로 이끌었던 거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 '붉은 악마'가 열광했듯, 베트남 국민들 역시 꿈같은 '박항서 매직'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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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바캉서)=박카스, 발음까지 비슷한 운명적 만남


그 와중에 이 모든 상황을 관전하며 조용히 웃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박 감독을 피로 회복제 '박카스'의 모델로 기용한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은 지난 6월 베트남에 캔 박카스를 론칭하면서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했다. 


박카스 병에 그의 얼굴 사진과 친필 사인을 넣어 관심을 끌었으며, 박항서(바캉서) 감독 이름이 박카스와 매우 비슷하게 발음된다는 점도 현지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이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박카스는 6월 론칭 이후 아시안게임을 치른 지난 8월 말까지 베트남에서 무려 280만여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국민 음료'로 등극했다.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 주가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달여 전과 비교해 약 13% 정도 올라 '박항서 매직'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박 감독이 쏘아올린 작은 축구공이 어마어마한 제약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동아제약


베트남 '바캉서' 이전에는 캄보디아 '바까'도 있었다


사실 박카스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국민 음료'로 등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트남에 '바캉서'가 있기 전, 캄보디아에는 '바까(박카스)'가 있었다. 


동아제약이 캄보디아에 박카스를 내놓은 것은 2009년. 당시 캄보디아에는 드라마 '대장금'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어닥쳐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아진 상태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던 동아제약은 캄보디아 박카스 광고에 실제 한국인 직원을 모델로 내세워 호감도를 높였다. 제품 패키지에도 캄보디아 현지어가 아닌 한글명 '박카스'를 그대로 적용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또한 현지 최초로 음료수의 화려한 옥외광고를 선보였으며, 슬림하고 세련된 캔 모양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오스트리아 '레드불'이 통통한 캔 모양이었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포인트였다. 


동아제약은 지난해에도 캄보디아에서만 무려 600억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등 지금까지도 오랫동안 캄보디아의 NO.1 피로회복제로 자리하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동아제약


해외서 대박난 박카스의 씁쓸한 이면 


이렇게 한국의 박카스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국민 음료'로 자리한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알고보면 여기엔 서글픈 이면이 있다.  


현재 한국의 제약시장 규모는 약 18조로 작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중견 제약사 중 다수가 사실상 '음료수'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아제약 뿐 아니라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현대약품은 '미에로화이바' 등 약보다는 음료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제약사니까 그냥 약을 많이 팔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처방 받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아닌 정부가 정한 가격대로 제공돼 약값에 제한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국내는 시장 자체가 작은데다가 약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려고 해도 금방 가격 제한이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음료 수출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동아제약


신약 개발 위한 기술과 인프라 턱없이 부족


이보다 더한 문제는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력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중견 제약사라고 해서 셀트리온이나 한미약품, 나아가서는 화이자제약처럼 글로벌 신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현실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통상 10년에서 15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리고 투자 비용 또한 막대한 수준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에도 애매하다. 정부가 최근 신약 개발 등과 관련해 지원을 어느 정도 늘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통상적 시각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동아제약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를 승인한 국산 신약은 30여 개 정도 뿐이며 글로벌 신약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라며 "중견 제약사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라고 설명했다. 


중견 제약사가 보다 과감하게 투자 및 개발에 열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마스터플랜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해외에서 동아제약 박카스가 인기를 얻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동아제약이 몇 년 뒤에는 피로회복제가 아닌 글로벌 신약으로 '제약 한류'를 일으켜 국위선양하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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