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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나와 중소가구 회사 입사해 '매출 2조'로 키운 한샘 최양하 회장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대기업을 뿌리치고 중소 가구회사에 입사해 회사를 매출 2조원 회사까지 키우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샘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작은 회사에 입사해 15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회사 매출을 2조원까지 신장시킨 이가 있다.


1994년부터 25년 동안 종합 인테리어 기업 '한샘'을 이끌어온 최양하 회장 이야기다. 지난 3월 한샘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되며 최양하 회장은 '가구업계 최장수 CEO'에 등극했다.


한샘은 최양하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1천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구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최양하 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한 이후 상승세를 타던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당초 작은 부엌 가구 업체로 시작했던 한샘이 인테리어 가구, 생활용품, 리모델링을 비롯한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최양하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샘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최양하 회장은 1979년 한샘에 합류했다. 대기업인 대우중공업에서 대리로 일하던 그는 성장 중인 중소·벤처 기업을 직접 대기업으로 일궈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반대했지만 최양하 회장은 꿈을 좇아 중소 가구기업이었던 한샘으로 이직을 강행했다.


그러던 1994년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영업과 생산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던 그에게 경영전권을 맡겼다.


이 모든 것을 쉽게 이룬 것은 아니다. 생산과장이라는 명함을 받고 처음 둘러본 한샘 안산 공장은 전 직장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인사이트한샘 플래그샵 홈페이지


당시만해도 한샘 공장은 목공소나 다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한샘을 이끌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러나 최양하 회장의 경영철학은 '어려울수록 기회는 더 크다는 것'이다.


최양하 회장은 먼저 가구 제작 '자동화'에 앞장섰다. 당시 수작업에 의존하던 국내 가구 생산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


최양하 회장은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기에 자신 있었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그는 밤을 새워가며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샘


또 IMF 당시 대부분 기업이 사업을 축소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최양하 회장은 오히려 거실, 침실, 자녀 방 등 부엌 가구에서 주택 전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단품 아닌 '공간' 단위의 가구 마케팅은 최양하 회장이 내세우는 한샘의 차별점이자 성장의 비결이다.


1997년 가정용 가구 전체로 사업을 확대할 때에도 한샘은 침대, 소파와 같은 가구 단품이 아니라 '침실', '거실' 등 공간 전체를 단위로 전시하며 판매했다.


한샘은 현재도 디자이너가 직접 꾸민 고급스러운 '공간 전체'를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안하고 있다. 한샘이 이끌기 시작한 이러한 흐름은 점차 업계 전체에 퍼지고 있는 추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샘


이처럼 주택 인테리어의 현대화를 이끌어온 한샘은 지난 2017년 사내 성폭행 파문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어렵게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었다.


불매운동의 확산과 일부 유통업체들의 한샘 제품 판매 잠정중단 등으로 매출 하락은 피할수 없을 듯해 보였다.


당시 최양하 회장은 중국 출장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급히 귀국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해 모든 제보와 건의를 직접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양하 회장은 곧바로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임직원의 상당수가 여성이고 한샘 주 소비자도 여성인 점을 고려해 최양하 회장은 모성보호제도부터 강화했다


임산부는 법정 근로시간보다 2시간 적은 6시간만 근무하게 됐고 육아휴직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다. 상암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어린이집 정원도 70명으로 늘어났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샘


최양하 회장은 또 여성인권과 기업문화 관련 외부 전문가들로 '기업문화 자문단'을 구성해 성평등문제를 비롯한 기업문화 전반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팀'을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실'로 승격시켰고 직접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기업을 뿌리치고 나와 작은 주방가구 중소기업인 한샘을 '2조원 클럽'에 속할 만큼 키우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최양하 회장.


언제나 그랬왔듯 그가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세계적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또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