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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 회사 들렸다가 첫눈에 반한 아내와 결혼까지 골인한 '사랑꾼' KCC 명예회장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러브스토리 주인공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막내동생이자 KCC그룹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이다.

인사이트KCC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 / 사진제공 = KCC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이런 운명 같은 사랑이 어디 또 있을까. 큰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락거렸다가 첫눈에 반한 여자와 결혼까지 골인한 오너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러브스토리 주인공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막내동생이자 KCC그룹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이다.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의 러브스토리는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은주 여사는 이화여자대학교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을 때였다.


독립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아버지가 6.25전쟁 때 세상을 떠나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사회생활에 일찍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인사이트KCC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 / 뉴스1


정상영 명예회장은 큰형이 운영하는 현대건설을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우연히 경리팀에서 일하는 조은주 여사를 보고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진정한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은주 여사에게 첫눈에 반한 정상영 명예회장은 작업을 걸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그리고 남들처럼 평범한 보통 연애를 즐긴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사랑과 믿음으로 결혼에 골인해 부부가 됐다.


조은주 여사는 결혼한 뒤에는 사업하는 남편 정상영 명예회장 탓에 손에서 일을 놓지 못했다. 슬레이트(지붕에 사용되는 돌판) 공장 인부들의 밥과 새참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직원들의 밥을 손수 지어 나르는 일은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직원들이 조은주 여사를 '내조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KCC건설


고참 직원들 가운데 몇 명은 사원식당에서 밥을 짓는 조은주 여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조은주 여사는 알뜰살뜰하게 남편 정상영 명예회장 뒷바라지를 챙겼다.


그렇다면 국내 굵직한 건축자재 제조업체 KCC그룹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KCC그룹의 전신은 1958년 설립된 금강스레트공업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해외유학 권유를 뿌리치고 직원 7명을 데리고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회사를 세워 슬레이트와 유리 등 건축자재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건축자재사업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회사를 세우기 위해 유학 자금을 밑천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몇 년이 지난 197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돼 슬레이트 지붕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공장에서 찍어내기가 무섭게 날개 돋친 듯 슬레이트가 팔려나갔다.


인사이트KCC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 / 뉴스1


짧은 시간에 금강스트레이트공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라는 확실한 납품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믿고 응원해준 조은주 여사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KCC그룹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KCC그룹은 현재 직원 5000여명, 매출 6조원대의 굵직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열사에는 토목과 건설업을 하는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등이 있고 국내에 15개 공장과 21개 영업소, 해외에는 16개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기반을 쌓아온 KCC그룹은 2000년 이후 세 아들들이 나눠 경영을 맡으면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KCC


KCC그룹 총괄 경영은 장남 정몽진(57) 회장이, ㈜KCC는 둘째 정몽익(56) 사장이,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5) 사장이 각각 맡고 있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정상영 명예회장에 대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 현장을 지켜온 사람", "잘할 수 있는 사업 한 곳에만 집중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건축자재사업에 뛰어들어 굵직한 건축자재 제조업체 KCC그룹으로 키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60년.


60년이란 세월 속에서 비바람을 단단히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뚝심 경영도 한몫했겠지만 그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조은주 여사의 내조 덕분은 아닐까.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고백하고 결혼까지 골인한 이 시대 진정한 '사랑꾼'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80대인 고령의 나이에도 열정을 굽히지 않아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