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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 경영' LG도 포기한 아워홈 3세의 '경영권 분쟁' 흑역사

단 한 차례의 분쟁도 없이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이뤄왔던 범 LG가(家)의 흑역사로 남아있는 아워홈 3세들의 경영권 분쟁을 소개한다.

인사이트(좌) 구지은 전 부사장, (우) 구본성 부회장 /  사진 제공 = 아워홈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총 6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연매출 160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 LG그룹의 근간은 '인화(人和)'의 경영 문화로 꼽히고 있다.


'인화'란 '여러 사람이 화합한다'는 뜻이다. 생전에 고(故) 구인회 LG창업주는 "한 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며 사람간 신뢰와 가족의 화합을 강조했다.


국내 10대 재벌그룹들 대부분은 그동안 피도 눈물도 없는 가족·친인척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왔었다.


반면 창업주의 '인화 경영'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단 한 차례의 분쟁도 없이 순조롭게 경영 승계를 해왔다.


이처럼 '경쟁'보다는 '인화'를 중시하는 사람 중심 문화는 LG그룹의 자랑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아워홈


그런데 故 구인회 창업주의 정신을 거스르며 범 LG가(家) 내에서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핀 그룹 3세들이 있다.


'아워홈'의 구지은 전 부사장과 구본성 부회장 남매 이야기다.


이들 남매는 지난해 범 LG가(家)에 속하는 식자재 유통 전문 기업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구본성, 구지은 남매는 각각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과 막내딸이며 구자학 회장은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당초 '아워홈' 경영은 지난 2016년 4월까지 장장 12년간 등기이사를 맡으며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온 구지은 전 부사장과 '장자승계' 전통에 힘입은 '아워홈' 최대주주 구본성 부회장 둘중 한 사람이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인사이트

(좌) 구지은 전 부사장, 뉴스1 / (우) 구본성 부회장, 사진 제공 = 아워홈


둘 가운데에서도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온 구지은 전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1순위로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장자승계 원칙을 깨고 LG가(家) 최초 여성 총수가 탄생할 것이라 관측했다.


그러던 중 구지은 전 부사장이 돌연 부사장 직에서 물러나 '아워홈'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구지은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임직원들을 좌천·업무 배제·해고하는 등 보복 조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나돌면서 '아워홈' 경영진과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워홈' 경영권 승계 문제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며 구본성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듯 보였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더팩트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구지은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섰고 '남매대첩'이 재점화됐다.


지난 2017년 4월 구지은 전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던 것.


해당 주주총회의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지은 전 부사장이 반격에 앞서 아워홈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두 언니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주총소집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 만큼 이미 경영권 탈환을 위해 충분히 지분을 확보했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아워홈 최대주주는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던 구본성 부회장, 2대 주주로는 20.67%를 지닌 구지은 전 부사장이었다.


구지은 전 부사장의 두 언니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각각 19.28%, 1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본성 부회장을 제외한 세 자매의 지분을 합친 지분은 59.55%에 달했다. 


만약 구지은 전 부사장이 언니들과 손을 잡고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면, 구지은 전 부사장은 해당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에는 이사회를 통해 구본성 부회장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가결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구지은 전 부사장이 다시 아워홈 경영권을 되찾아올 것이란 추측이 한창 나돌았다.


인사이트아워홈 구자학 회장(왼쪽)과 구본성 부회장(가운데) / 사진제공 = 아워홈


그러나 최종적으로 언니 구미현 씨가 임시주주총회에서 결국 오빠의 손을 들어주며 구지은 전 부사장의 아워홈 복귀는 수포로 돌아갔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워홈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구본성 부회장을 제외한 구지은 전 부사장, 구미현 씨와 구명진 씨 지분의 합이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보다 더 많은 데다가 이사회의 구성원인 나머지 형제들이 아워홈 경영 사안에 대해서도 견제가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 


이 같은 구지은, 구본성 남매의 경영권 분쟁은 '인화'를 강조하며 잡음 없이 경영 승계를 이뤄 왔던 범 LG가(家)의 '흑역사'처럼 남았다.


현재 아워홈은 지난 2016년부터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구지은 전 부사장은 '캘리스코'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