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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전격 교체한 황수경 전 통계청장 "내가 윗선 말 잘 듣진 않았다"

소득 양극 심화 통계 발표 직후 갑자기 교체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소회를 밝혔다.

인사이트황수경 전 통계청장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어쨌든 내간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


소득 양극 심화 통계 발표 직후 갑자기 교체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16대)이 소회를 밝혔다.


황 전 청장은 지난 27일 정부대전청사 후생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 이후 이데일리를 통해 "내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황 전 청장은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사유를 모른다. 그건 청와대 인사권자의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뉴스1


황 전 청장은 이임사에서도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면서 "통계청장으로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장은 다를지언정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치열하게 그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통계는 이처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전 청장의 이 같은 말은 고용동향, 가계동향조사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논란이나 과오가 아닌 '통계청의 성과'라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6일 신임 통계청장(17대)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소득 분배·빈곤 정책·사회 통합 분야에 정통한 통계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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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단순한 인사 교체지만 통계청과 정치권 내에서는 이를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황 청장은 지난해 7월 임명된 인사로 재직 기간이 1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 통계청장이 이렇게 단기간에 바뀐 것은 11대 청장(2008년 3월~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또 일각에서는 "가계동향조사를 두고 벌어졌던 논란 때문에 경질됐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추측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황 청장은 노동 통계 전문가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조할 적임자로 꼽혔왔다.


인사이트뉴스1


그런 그가 갑자기 교체되자 그 배경에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이 중 '소득분배 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조사된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교체 배경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 23일 발표된 '분기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하위 20%) 가계 소득 증가율은 7.6% 감소했으나, 1분위(상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10.3%를 기록해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격차를 좁히려던 정부의 계획과는 다르게 '빈익빈 부익부'만 더 심해진 것이다.


이 발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당초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기별로 공표하는 가계 소득 통계를 지난해까지만 작성하기로 했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를 선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지할 것을 지시해 이를 다시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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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 가구를 8천가구로 늘렸고 이로 인해 소득 하위 20% 가구 수가 과도하게 포함되면서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격차가 매우 커진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통계청이 표본 가구를 늘리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나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는 황 전 청장의 반박처럼 통계청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음에도 청장이 교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현재 정치권 내에서는 "황 전 청장이 지나치게 통계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통계 생산이나 지표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부족했던 점이 청와대의 불만을 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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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계청 내에서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임명이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5월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해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 90%' 자료에 관여한 전력이 있으며, 소득통계 표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지표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사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는 관련 지표 관리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