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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 늘어났다는 발표 직후"…문재인 정부가 통계청장 전격 교체한 배경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지 불과 13개월밖에 안된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이트황경수 통계청장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지 불과 13개월밖에 안된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와 어긋나는 통계 수치가 발표된 뒤여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경질성'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신임 통계청장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에 대해 소득 분배·빈곤 정책·사회 통합 분야에 정통한 통계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황 청장에 대한 인사는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인사이트뉴스1


황 청장은 지난해 7월 임명된 인사로 재직 기간이 1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 유경준 전 청장(약 2년 1개월), 박형수 전 청장(약 2년 2개월)과 비교하면 황 청장의 재직 기간은 상대적으로 더 짧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황 청장은 노동 통계 전문가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조할 적임자로 꼽혔던 점에서 교체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는 가계동향조사 등 최근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통계들이 연이어 발표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3일 발표된 '분기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하위 20%) 가계 소득 증가율은 7.6% 감소했으나, 1분위(상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10.3%를 기록해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사이트대한민국 청와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격차를 좁히려던 정부의 계획과는 다르게 '빈익빈 부익부'만 더 심해진 것이다.


이 발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요 경제 3축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기별로 공표하는 가계 소득 통계를 지난해까지만 작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를 선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지할 것을 지시해 이를 다시 부활시켰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 가구를 8천가구로 늘렸고, 이로 인해 소득 하위 20% 가구 수가 과도하게 포함되면서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격차가 매우 커진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는 "통계청이 표본 가구를 늘리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료 수집, 결과 도출 과정에서 통계청이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통계청이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음에도 청장이 교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억울한 이유다.


황 청장이 지나치게 통계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통계 생산이나 지표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부족했던 점이 청와대의 불만을 샀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이트뉴스1


한 전문가는 "통계와 정책은 분리해 접근하는 게 맞다. 그리고 황 청장도 통계청 내부에서 이 원칙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현재 정치권 내에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지표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사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는 관련 지표 관리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계동향조사 논란과 이번 인사는 무관하다"며 "통계청장 교체는 경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후임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사회 보장 정책 등을 장기간 연구한 전문가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 다면적·확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에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