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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회사서 쫒겨난 후 '셀트리온' 창업해 65조 회사로 만든 서정진 회장

5천만원의 자본금을 안고 시작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업 '셀트리온'을 만들어낸 서정진 회장을 조명해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2002년 5천만원의 자본금을 안고 제약·바이오 벤처를 시작해 16년 만에 시가총액 65조원, 한국 재계 랭킹 5위의 글로벌 종합생명공학 기업을 만든 이가 있다. 


바로 국내 바이오 벤처계의 신화로 불리는 '셀트리온'을 탄생시킨 서정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서 회장이 재벌 2·3세도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의 자수성가형 CEO라는 점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될 수 있었을까.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1957년 10월 23일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태어난 서 회장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하다가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그룹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김우중 회장의 눈에 띄면서 1991년부터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일했다. 


샐러리맨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1997년 IMF 사태였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2년간 백수로 지내다가 '살기 위해서' 사업 아이템을 모색했다. 


좀처럼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던 그는 지인이 지나가듯 던진 "요즘 바이오 산업이 뜬다"는 한 마디에 꽂혀버렸다. 당시 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1천조가 넘는 시장 규모를 갖고 있었지만 한국의 시장 규모는 8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서 회장의 관심을 끌었다.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뛰어든 그는 대우차 출신들과 의기투합해 2000년 자본금 5천만원을 달랑 들고 '넥솔'을 만들었다. 셀트리온의 전신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비전을 보고 시작했지만 사실 하루하루가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산업공학과를 졸업해 삼성전기와 대우자동차를 거친 그는 바이오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서 회장은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약학 논문을 찾아 읽고 사설 교육기관에서 생물학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일대일로 해부학 수업까지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필사적으로 메웠다. 


"논문에 답이 없다면 '현장'에 반드시 답이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가진 그는 생명공학 회사 '제넨텍'이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무작정 날아가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게서 셀트리온의 활로를 바꿔줄 '바이오시밀러'의 존재를 처음 들었다. 


서 회장은 귀국 후 2002년 넥솔을 중심으로 '셀트리온'을 최초 설립하고 바이오시밀러 분야 중 가장 난도가 높다고 알려진 항체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욕심을 냈다. 


매서운 추진력으로 몰아붙이는 그를 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담했다. 자본도, 경험도 없는 비전문가 집단의 패기에 모두가 코웃음을 치던 시기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그렇지만 서 회장에게는 '한 방'이 있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2007년 항체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돌입한 이후 2009년 말 세계 최초로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해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사의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로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레미케이드와 효능은 같지만 30~40%가량 저렴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서 회장은 19개국 8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임상 시험에 나섰고 마침내 2012년 한국에서 램시마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3년에는 유럽, 2016년에는 미국에서까지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 79개국에서 램시마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램시마는 현재 지속적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럽 시장은 이미 절반 이상을 장악했으며,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의 램시마 매출은 약 1,321억원으로 전년 동비 대비 195% 늘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이어 유방암과 위암 등 항암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혈액암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등의 임상 실험도 마치고 글로벌 시장에 판매 중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세계 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은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의 직업이나 집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다. 스스로 얼마나 절박한지에 달려있을 뿐이다" 


바이오시밀러로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9년 넘게 은행 빚에 시달렸으며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그렇지만 서 회장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끈 것은 '절박함'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서 회장은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할 때 묵묵히 자신을 믿어준 이들이 유독 소중하다. 창업 멤버와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4.8년이다. 


유독 이동이 심하기로 유명한 제약 업계에서 셀트리온 직원들이 얼마큼 회사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서 회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그렇지만 대다수 오너들이 지키기 힘든 신념을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셀트리온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같은 효능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의료비가 비싼 미국 등의 해외 여러 나라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점 더 압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셀트리온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왔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정신과 열정, 끈기로 재벌 자리에 오른 서 회장이 앞으로 셀트리온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