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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난' 금호그룹 박삼구-박찬구 형제, 이번엔 동생이 웃었다

금호그룹은 한때 돈독한 형제의 '동반 경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피를 나눈 형제의 우애는 자취를 감췄다. 길고도 치열한 법적 분쟁은 무려 10여년 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제공 = 금호석유화학, (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 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금호그룹은 한때 돈독한 형제의 '동반 경영'으로 모범적인 케이스로 꼽혔다.


돈 앞에서는 결국 부모도 형제도 없다고 했던가. 우애 깊다고 칭송 받았던 금호그룹의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다른 재벌들이 벌였던 '형제의 난(亂)'을 똑같이 반복했다.


지난 2009년 발발한 '형제의 난'과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간 계열분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두 형제는 이제 서로 얼굴도 보지 않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으로 분열되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인사이트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제공 = 금호석유화학


2018년 대한민국 경제가 '풍전등화' 앞에 놓은 상황에서 두 형제는 각각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왕자의 난'이 벌어진 이후 형인 박삼구 회장이 먼저 웃었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다. 동생인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이 '형과는 다르게' 놀라운 경영실적을 보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사실 동생 박찬구 회장은 '왕자의 난'이 벌어진 뒤 무려 10여년간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과 갈등을 지난 2016년 간신히 매듭지었다.


마음의 상처를 받고 금전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박찬구 회장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자세로 경영에 매진해 그야말로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모범이 무엇인지 증명했다.


인사이트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제공 =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애널리스트들 마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좋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처 받았던 자존심을 완전히 회복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천418억원, 영업이익 1천5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247.5%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 6일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높은 수익성과 세계 1위 NBR 라텍스 업체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6만원을 각각 유지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금호석유화학


이런 실적이 계속 이어질 경우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전망이다. 반면 창사 이래 최고의 '시련'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혀 딴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노밀(No Meal) 사태'와 '기체결함', 자녀에 대한 '낙하산 인사'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노밀 사태'를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유통성 마저 위기 상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노조원들은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직원연대는 지난달 25일 '회장님과 경영진에게 진심을 담아 마지막 충언을 드립니다'라는 성명서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과거에 대한 '사과'와 미래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라고 주장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렇듯 금호아시아나 직원들은 2009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현재는 계열 분리가 된 금호석유화학에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긴급 SOS를 요청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시쳇말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는데 이제 와서 동생에게 '손을 내밀라'는 노조의 주장에 박삼구 회장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엇갈린 성적표는 어쩌면 두 형제의 얄궂은 운명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박삼구 회장은 자신의 안위(安危)와 보신(補身)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그룹과 직원들의 운명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