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호기롭게 진출했다가 짐 싸들고 돌아온 유일한 나라

국내 스타벅스 매장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한국에 진출한 국내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1조 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 17년 만이었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전 세계 75개국 중 매출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한국 등 5개국뿐이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보다 경제나 인구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1조 원이 넘었다는 점은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의 인기는 높다는 뜻.

'스타벅스 제국'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인데, 사실 스타벅스가 진출한 75개국 중 모든 나라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맛있는 커피'로 유명해졌지만 이보다 더 맛있는 커피집이 많은 나라, 바로 호주에서는 스타벅스도 맥을 못 추렸다. 

호주 스타벅스 / GettyimagesKorea

스타벅스는 지난 2000년 호주 시장에 호기롭게 진출했다. 

하지만 2014년 스타벅스는 84개의 매장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60개의 매장을 닫으며 체면을 구겼다.

호주 시민들이 스타벅스에 반감을 품었던 게 아니었다. 스타벅스가 호주 시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호주에서는 그들만의 커피 선호도가 뚜렷했는데, 그중에서도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에스프레소 좋아했다. 캐러멜 마키아토, 카푸치노, 프라푸치노 등 혼합 커피가 주력 상품인 스타벅스가 뚫고 들어가긴 힘들었다.

또한, 호주는 이미 자신만의 커피 문화가 확립돼 있었다. 호주인들은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플랫 화이트라는 새로운 커피를 만들었다. 

호주에 있는 노천 카페 / GettyimagesKorea

이는 라테보다 우유를 적게 넣고, 에스프레소 샷은 더 넣은 커피로 호주의 국민 커피로 불린다.

이외에도 호주에서는 동네 어딜 가더라도 조그만 카페나 커피숍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굳이 스타벅스에서 똑같은 맛의 커피를 먹지 않더라도 동네 개인 카페를 가면 더 저렴하면서 질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커피 제국으로 불리는 스타벅스도 결국 호주에서는 토종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리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위더스그룹에 당시까지 남아있던 24개 점포를 일괄 매각했다.

호주에서 국민커피로 불리는 플랫화이트 / GettyimagesKorea

스타벅스가 시장 진출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 중 이탈리아도 있다. 

스타벅스는 공식적으로 밀라노에 1호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진출 계획이 연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커피에 대한 취향이 까다롭기도 유명해 국민 대다수가 단골로 가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 '획일화된 커피'로 쓴맛을 제대로 본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 향후 어떤 전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