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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치믈리에 현장서 '기습 시위' 벌였다가 고소 위기 처한 동물보호단체

지난 22일 진행된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동물보호단체가 고소 위기에 처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동물보호단체가 고소 위기에 처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는 배달의 민족 주최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이 열렸다.


무더운 날씨에도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였고, 이들은 들뜬 마음으로 '치킨 덕력'을 뽐내며 축제의 장을 즐겼다.  


한 가지 옥에 티가 있었다면 바로 행사 초반 벌어진 동물보호단체의 기습 시위였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행사 진행을 맡은 MC 박수홍이 오프닝 멘트를 하던 중 갑자기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서서 스태프인 척 마이크를 뺏었다. 


미처 전하지 못한 안내사항이 있다며 입을 연 그는 돌연 "닭을 먹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이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참가자들 사이에 앉아있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치킨의 죽음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음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이야",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 "치믈리에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외쳤다. 


순식간에 무대와 행사장을 점거한 이들은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진실을 숨기고 '치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유희화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10분여의 시간 동안 계속됐고, 회원들은 퇴장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참가자들의 눈을 마주하며 "죽음이 재미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동안 갈고닦은 치킨 감별 능력을 뽐낼 생각에 잔뜩 설렜던 참가자들의 마음은 일순간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동물보호단체의 외침이 참가자들을 마치 생명을 경시하는 비윤리적인 사람인 것처럼 매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행사장에는 성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주말 나들이를 온 어린아이들은 자신을 혼내듯 소리치는 회원들을 올려다보며 겁에 질렸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측은 "'동물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배민 구성원 중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는 이들이 많다"고 전해 시위의 취지 자체를 탓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목소리를 낼 때는 적절한 형식과 절차를 지키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출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가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수백명의 참가자들에게 죄책감을 갖게 만든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인사이트기습 시위 후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장인성 배달의민족 CMO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배민 측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으로 보장받은 다양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이나 합법성이 결여된 채 폭력적 방법의 시위를 택한 것이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참여한 이들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동물보호단체가 행사에 끼친 직간접적 피해, 나아가 행사 참가자의 정신적·정서적 피해를 초래한 부분 등에 대해 수사 기관을 통해 정식 조사를 진행하고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날 치믈리에 행사장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은 생명을 경시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다. 


어느 단체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