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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 낮추려다 실패하자 하청 업체 기술 '빼돌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가 후려치기 전략이 먹히지 않자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다른 기업으로 넘긴 뒤 제품을 개발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사이트KBS뉴스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두산인프라코어가 굴착기 부품 납품가 인하 요구를 거절한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다른 업체에 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7,900만원을 부과하고 사측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에 들어가는 에어 컴프레셔(압축공기로 흙이나 먼지를 제거하는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에게 납품가를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업체가 이를 거절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업체 측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에어 컴프레셔 도면 20장을 받아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두산인프라코어


여기에 원래 가지고 있던 제작도면 11장을 더한 31장을 새로운 부품 공급처로 선정한 B 업체에게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생산하도록 했다.


제작 도면을 전달받은 B 업체는 부품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 2016년부터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최대 10% 싼 가격으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B 업체가 부품 제조를 담당하게 되면서 50만원대 에어 컴프레셔를 연간 3천대씩 납품하던 A 업체는 거래가 끊겨 연 매출 15억원의 손실을 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소기업 기술 빼돌리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난해 7월에도 C 업체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 도면을 빼돌렸다.


인사이트KBS뉴스


앞서 C 업체가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단가를 인상해달라 요구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를 거절한 뒤 제작 도면 38장을 다른 업체 5곳에 넘겼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0개 중소기업에서 정식 서면 작성 없이 부품 제작 도면 382장을 구두로 요구해 제출받은 혐의도 밝혀졌다.


하도급법상 원청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는 서면을 작성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공정위는 "기술 유용(빼돌리기)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최무진 기업거래정책국장 / 뉴스1


최무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하도급업체들은 대기업 심기를 건드릴까 봐 '비밀'이라는 표시조차도 해당 기술자료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공정위는 납품업체의 기술을 대기업이 빼돌길 경우 배상 책임을 현행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기술 자료가 넘어간 건 소홀한 자료 관리 탓이며 거래 중단은 경영상 판단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