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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최대 수혜자라고 불리는 CJ제일제당 효자상품 '스팸'

외국인들에게는 저소득층이나 군인들이 먹는 정크푸드로 통하는 스팸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가 명절 선물세트로 자리잡게 된 것인지 그 역사를 되짚어본다.

인사이트(좌) Wall Street Journal, (우) CJ제일제당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한국인들 사이에서 '밥도둑'으로 통하는 인기 통조림햄 브랜드 '스팸'.


간편한 밥반찬에서부터 요리 재료에 이르기까지 스팸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스팸은 명절 선물세트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성까지 갖춘 스팸은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스팸' 국내 제조권을 가진 CJ제일제당 자료에 따르면 '스팸'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기준 3,58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명절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인사이트CJ제일제당


미군 PX에서 밀반출돼 암거래된 상품 중 가장 큰 인기


한국에서 좋은 마음을 담아 선물로 주고받는 '스팸'이 정작 본고장인 외국에서는 노숙자나 군인들만 먹는 '정크푸드'로 여겨지곤 한다.


생소하고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을 우리 나라에선 소중한 사람에게 명절 선물로까지 주고 있으니 서구 사람들이 보기엔 기이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서구의 정크푸드 '스팸'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명절 선물세트'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역사는 1987년 제일제당이 스팸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스팸'은 지금처럼 실속형 선물 이미지는 아니었다. '스팸'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미군 '피엑스(PX)'에서 밀반출돼 암거래되는 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IMF 외환위기 당시 '가성비' 노리고 '스팸' 선물세트 출시


일명 '미제 아줌마'라는 보따리장수들이 서울 한남동 등 부유층이 밀집된 곳에서 스팸을 팔았고 이때 대중 사이에서 스팸은 '고급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런데다가 '스팸' 선물세트는 '스팸' 개수도 많고 다른 고급 햄과 참기름 등이 함께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5만원대 이상의 고가 선물로 분류됐다.


또 출시 초기에는 갈비, 조기 등 기존 전통적인 명절 선물에 밀려 큰 인기를 끌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진을 겪던 '스팸' 시장을 키운 것은 바로 '불황'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가성비'를 노리고 출시된 '스팸' 선물세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영란법' 시행과 3·5·10만원 유지에 '스팸' 인기


외환위기 이후 실용적인 중저가의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고 그때부터 '스팸'과 식용유, 참기름 등으로 구성된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히트상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터져 다시 불황이 닥쳤던 2008년 이후 '스팸' 선물세트는 다음해 매출 6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이 86%나 뛰기도 했다.


이후 '스팸'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 2012년까지 매해 20~30%씩 급속도로 상승했다.


최근 들어서는 뜻밖에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까지 '스팸'의 매출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5만원 이하의 선물로 가장 적당한 제품이 바로 '스팸'이기 때문.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한국인 입에 꼭 맞는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인기 비결


실제로 법률 시행 첫 해인 2016년 '스팸' 선물세트의 매출은 1,790억원이었지만 그 다음해인 2017년에는 2,130억원으로 19% 가량 늘었다.


뿐만 아니라 '불황'과 '김영란법'이라는 사회적 요인 외에도 한국인 입에 꼭 맞는 식감과 맛 역시 '스팸' 선물세트 매출이 증가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스팸'의 짭조름한 맛은 우리 음식인 쌀밥과 김치에 묘하게 잘 어울렸다. '스팸'이 한국의 음식 재료로 자리잡게 된 데는 한국전쟁 당시 유행한 '부대찌개'의 영향도 컸다.


이때 한국 사람들은 칠면조 고기, 스팸 등 미군이 남긴 음식으로 무엇이든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이후 '스팸'은 한국 특유의 찌개문화, 쌀밥문화와 자연스럽게 결합됐고 여기에 2002년 배우 김원희를 모델로 한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까지 인기를 끌면서 '스팸' 매출은 더욱 껑충 뛰게 됐다.


1987년 첫 출시 때 매출 70억원에 불과하던 스팸 선물세트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30년 뒤인 현재 무려 3,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스팸 생산 물량을 30% 가량 늘리기로 결정했다. 


비록 외국에서는 찬밥신세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명실상부한 '국민 명절선물'로 자리잡은 '스팸'. 올 추석 소중한 이들에게 '스팸' 한 상자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