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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동물 살리라고 만든 동물 보호소가 그들의 '무덤'이 돼 가고 있다

버려진 동물을 구하기 위해 보내지는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오히려 자연사 비율이 급증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폭염 더위 속 국내 피서지로 제일 많이 찾는 곳이 '제주도'다.


비행기로 한 시간도 안 돼 훌쩍 떠나기도 좋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풍부한 먹거리 등 일상에 지친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과연 동물에게도 제주도가 마냥 행복한 섬일까. 


인사이트동물 보호소 내부 유기동물 모습 / gettyimagesBank


제주도는 현재 전국 최고 안락사, 최고 자연사율, 최저 입양률을 기록하는 동물 복지 면에서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따르면 도내 유기견 수는 2015년부터 현재 2017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에는 3,027마리, 2017년에는 5,828마리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유기견 수가 2018년에는 8천여 마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런데 문제점은 이런 수많은 유기견을 받는 보호소의 관리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는 점이다.


늘어나는 유기견 수에 비해 규모는 작을 뿐 아니라 보호소 내 치료 한 번 못 받고 죽는 자연사 비율이 무려 22%를 차지한다.


최근 보호소의 관리 소홀 문제가 커지자 한 동물 단체는 "제주도 동물보호센터가 전국 최고 안락사·자연사율, 최저 입양률을 기록하는 것은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진주시 동물 보호소에서 촬영된 쓰러진 유기견들 / Instagram 'gy.yyy'


사실 국내 동물 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은 제주도뿐만이 아니다.


익산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는 유기견들에게 사료나 물 등을 전혀 주지 않아 자연사 시킨 일이 있었다.


양양에서는 보호 중인 유기 동물의 폐사를 안락사로 기록하는 관리 부실 은폐 의혹도 일었다


진주시 한 보호소에서는 아픈 유기견이 입소됐으나 치료 한 번 받지 못해 죽었으며, 그 이후에도 방치돼 논란이 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유기 동물 보호소가 그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이트호텔 수준의 티어하임 보호소 내부 모습 / uncube magazine


해외 사례를 들면 유기 동물 보호소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반려동물의 안락사가 없는 나라, 유기 동물의 재입양률이 90%가 넘는다. 


또한, '티어 하임'이라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 동물 보호시설이 전역에 설치돼 있다.


생활환경도 수준급이다. 보호소는 정기적인 검역 및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 보호소 시설이 우리나라 강아지 호텔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놀랍게도 최고급 수준의 티어하임의 운영비는 국민의 기부로 충당된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1만 5천 명 회원의 기부금으로 하루 경비 1,100유로(한화 약 170만 원 정도)가 쓰인다.


인사이트유기동물들이 뛰어노는 티어하임 내부 모습


전문가들은 국내 보호소 시설 개선에 대해 "위탁이 아닌 정부 지자체가 직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처음에 부담스럽겠지만 동물 복지 예산을 늘려 보호소 시설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형태만 되풀이될 것이다"고 말한다. 


동물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의 동물보호법 제1조 제1항이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는 문구다. 


그만큼 동물을 인간과 같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반려동물 인식이 강해지며 동물 복지 개념이 강조됐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는 독일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분명 개선될 방향과 목표가 있어 포기하긴 이르다.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일단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 동물이라도 살리는 '보호소 시설 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