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저가항공 대신 '대한항공'만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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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뜨거운 가운데, 이번에는 공무원의 국적기탑승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원이 해외 출장시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하면서 사실상 국민 혈세로 한진그룹의 배를 불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외화 유출을 막고 국적기 사용을 확충한다는 목적으로 40년간 유지된 국적기 탑승제도는 조양호 일가의 갑질로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1980년 정부는 공무원이 해외로 출장 갈 시 국적기를 이용하도록 하는 '정부 항공 운송 의뢰(GTR·Government Transportation Request)' 제도를 도입한다.


당시엔 스마트폰, 인터넷 등 예매 시스템이 발달해 있지 않아 항공 좌석 확보나 일정 변경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는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아국 항공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들이 원활히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1980년부터 계약했으며, 1990년엔 아시아나 항공과도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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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TR 제도는 사실상 대한항공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입한 공무원은 21만 2천여 명이었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은 3만 6천여명에 그쳤다.


판매액에서도 차이가 난다. 주요 10대 기준 노선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797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아시아나항공은 425억원이었다.


심지어 국토부의 경우 해외 출장을 다녀온 소속 직원의 80%가 대한항공을 이용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대한항공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이와 관련 국토부는 "항공권은 인사혁신처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특정 항공사와 유착될 수 없다"라고 해당 매체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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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GTR 항공권이 일반 티켓보다 최대 4배까지 비싸다는 것이다.


2016년 정부 예산 편성지침에 따르면 인천-뉴욕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왕복 GTR 티켓은 1장당 421만원이었다.


반면 당해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성수기 인천-뉴욕 이코노미석 티켓은 최저 200만원 대에 예매할 수 있었다. 비수기에는 1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소 2배, 최대 4배까지 금액 차가 발생하는 셈. 물론 공무원이 저렴한 타 항공사의 티켓을 예약하고 해당 비용을 청구해도 된다.


다만 공무원이 직접 가격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비싼 가격에도 일정 변경이 용이하고 취소 수수료가 없는 GTR 티켓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항공의 비싼 운임을 지불하느라 국민 혈세만 낭비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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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 등 숱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 한 번도 대한항공의 GTR 계약을 해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재벌 3세의 철없는 갑질로 치부될 뻔했던 이번 대한항공 사태는 한진그룹 일가 전체로 확장됐다.


내부 직원들의 폭로와 증거는 끝도 없이 나온다. 여기에 한진그룹 일가가 해외 명품 등을 세관 통과 없이 들여왔다는 '밀반입' 의혹도 제기됐다.


대한항공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국내 항공사가 7곳으로 늘어난 지금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만 계약하고 있는 GTR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결국 정부도 40년간 굳건히 유지된 GTR 제도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9일 GTR 제도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기재부, 국토부와 함께 (폐지, 개선, 저가항공사 계약 등)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대한항공에 일감 밀어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관계자는 "지금은 저가항공사도 여러 나라에 취항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해외까지 노선이 있는 항공사가 대한·아시아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 개인별·기관별로 일정에 따라 항공권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특정 항공사를 이용하라고 (강요)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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