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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다 이제 결혼한다는 남성이 올린 페북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10번의 사계절을 함께 한 두 연인은 이제 영원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

인사이트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첫사랑. 입에 머금는 것 만으로도 벅차고 찬란한 그 말이 현실이 된 연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막 중학교에 입학한 14살의 봄날, 한 소년은 친구에게서 같은 학교 여학생을 소개받았다.


얼굴과 이름만 알던 사이였지만 문자판을 꾹꾹 누르며 연락을 주고받기를 두 달. 그 여학생과 소년은 어딜 가든 함께하는 사이가 됐다.


주위에서는 언제쯤 사귀냐고 안달이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학생도 소년과 함께 도서관 주변을 산책할 때면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서툴었던 어린 날이었다.


인사이트영화 '연공: 안녕, 사랑하는 모든 것'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던 어느 여름 날, 그늘진 정자 아래서 소년과 아이스크림을 먹던 소녀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쑥맥이었던 소년도 그 때만큼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알았다. '사귀자'는 소년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소녀는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웠니"라는 새침한 말과 함께 웃어보였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설익은 감정이었지만 그 크기는 점점 커져갔다.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 소년은 자신의 손등에 스치는 작은 손을 잡기 위해 100일을 망설였지만 그 찰나의 순간 이후로 단 한번도 소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고스란히 소녀와 함께한 추억으로 가득 채운 소년은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했다.  


인사이트영화 '건축학개론'


물론 위기도 있었다. 수능날 아팠던 소년은 재수를 하게 됐고 생애 최고 점수를 받은 소녀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변치 않는 마음으로 묵묵히 기다린 소녀 덕분에 원하는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남들이 새내기 때 술을 배우고 사람을 배울 때,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배웠다"는 남학생에게 여자친구는 이미 '사랑'이라는 단어 그 자체였고 변함없는 설렘이자 뜨거움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7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무렵 남자는 군입대를 했다. '긴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한다'는 여자는 밥 한 술 뜨지 못하고 일주일 넘게 펑펑 울었다.


인사이트영화 '클래식'


남자도 다르지 않았다. 포상전화 5분동안 여자가 한 말을 그는 전부 곱씹으며 외웠다.


위기가 될 수 있었던 군 생활동안 두 사람은 무엇보다 서로에게 1순위였다. 휴가 때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날이 없었고 일병, 상병을 거쳐 병장이 될 때까지 2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마침내 제대하는 날, 말없이 자신을 안아주며 수고했다는 여자의 품에 안겨 남자는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터져나오는 단어는 '사랑' 하나였다.


인사이트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중학생이었던 14살때 처음 만난 후로 10년. 지루할 수도 있는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점점 자랐고 지금의 두 사람은 너무도 당연하게 신혼여행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됐다.


아직도 여자친구의 손을 잡을 때면 심장이 조금 빨리 뛴다는 이 남자의 사연은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소개됐다.


"한 사람만 연애한 게 아깝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두 연인은 상대방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대답한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로 해보지 않은 건 딱 '하나' 라는 두 사람은 그 마지막 결실을 맺기 위해 이제 결혼을 한다.


인사이트영화 '꽃보다 남자 파이널'


평생의 반려자가 될 여자친구에게 남자는 이 말을 끝으로 절절한 사랑 고백을 마무리했다.


"너와 보낸 봄부터 겨울까지, 10번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내가 너 없는 봄의 벚꽃을, 여름의 햇살을, 가을의 단풍을, 겨울의 눈을 생각할 수 있겠어"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